트럼프 "韓관세 美 4배, 불공평…알래스카 투자는 환영"(종합2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 "한국이 (미국이 비해)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오는 4월 2일로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의 주요 대상 국가임을 시사했다.
지난 1월 20일 취임 후 공개 석상에서 한국과 관련해 의미 있는 언급을 한 것은 이날 의회연설이 처음이다.
이날부터 25% 관세를 부과한 멕시코·캐나다, 20% 추가 관세를 부과한 중국 등에 이어 한국도 트럼프 관세의 주요 타깃이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9시 워싱턴 의회 의사당에서 가진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4배나 높다"라면서 "그리고 우리는 한국에 군사적으로, 그리고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시스템은 미국에 결코 공평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어 이번 트럼프의 '4배' 발언이 어떤 근거에 기반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도 알렸다. 그는 "우리 정부는 한국, 일본, 그리고 여타 국가들이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알래스카 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일본 등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면서 "정말 대단한 장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는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대미 투자에 대한 지급하는 보조금의 근거인 반도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가 1000억 달러를 신규로 투자해 총 165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알리며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라고 밝혀 반도체법이 아니라 자신의 관세정책 효과임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당신(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의 반도체법은 끔찍하다"면서 "우리는 수천억 달러를 주지만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관세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과 남은 것들을 없애고, (그 지원금을) 빚을 줄이거나 다른 것에 사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는 한국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조선업과 관련, "백악관에 조선 담당 사무소를 신설하고, 이 산업을 미국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특별 세제 혜택을 제공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위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는 상업용 선박 건조와 군용 선박 건조를 포함한 미국 조선산업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는 "관세가 단순히 미국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영혼을 보호하는 것임을 상기시켜 준다. 관세는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고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관세 예찬'을 이어갔다.
그는 소득세 감면과 팁, 초과근무, 사회보장혜택 등에 대한 면세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자동차 대출에 대한 이자도 세금 공제 대상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감세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 내 모든 제조업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관세로 연설을 이어가며 감세로 예상되는 세수 결손을 관세로 메울 계획임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경우 트럼프 정부하에서는 관세를 지불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높은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평균적으로 유럽연합(EU), 중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캐나다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우리나라에 부과하는 관세는 우리가 그들에게 부과하는 관세보다 훨씬 높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4월 2일 상호관세가 발표되고,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관세를 부과하든, 우리도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2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농산물에 대한 관세도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소프트뱅크, 오픈AI, 오라클, 애플, 혼다 등의 대미 투자 계획을 소개하면서 "미국 우선 정책 덕분에 지난 몇 주 동안 미국에 1조7000억 달러의 신규 투자가 이뤄졌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광물협정 체결을 재추진하고 이를 토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오늘 일찍 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로부터 중요한 편지를 받았다"면서 "편지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주권과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한다, 언제든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돼 있다. 편지를 보내줘 감사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러시아와 진지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그들이 평화를 위해 준비가 됐다는 강력한 신호를 받았다. 정말 아름답지 않느냐. 이 광기를 멈출 때가 됐다"라고 말해 공화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트럼프는 연설 중반 광물협정으로 얻으려 하는 희토류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이번 주 후반에 제가 직접 미국에서 중요한 광물과 희토류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는 조류 인플루엔자로 치솟은 달걀 물가 등을 언급하는 등 인플레이션 해결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 주요 초점은 에너지 비용을 빠르게 줄이는 것"이라면서 "이전 정부는 석유와 가스의 신규 임대 건수를 95% 줄이고, 파이프라인 건설을 중단했으며, 100개가 넘는 발전소를 폐쇄했다. 이런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효율부(DOGE)를 사실상 이끌며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호명하고 "수억 달러의 사기를 발견했다"라며 격려했다.
앞서 이날 트럼프는 "미국이 돌아왔다"라는 일성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지난 6주 동안 저는 거의 100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미 전역에 상식, 안전, 낙관주의, 부를 회복하기 위해 400개 이상의 행정조치를 취했다"면서 "국민들이 저를 대통령으로 선출했고, 저는 그 일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불법 이민자 추방과 관련해서는 "저는 의회에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고, 국토를 보호하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추방 작전을 완료하는 방법을 정확히 설명하는 상세한 자금 지원 요청서를 보냈다"면서 의회에 예산 증액 협조를 요청했다.
올해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트럼프는 1시간 39분 동안 연설하며 기존 빌 클린턴의 2000년 기록(1시간 28분)을 넘어서며 최장 시간 연설 기록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의회 연설은 지난 1월 2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후 43일 만이다. 이번 의회 연설은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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