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방금 건넨 봉투 뭐예요?"… 1억 사기 막은 시민 정체

사복 차림으로 길을 걷던 경찰이 우연히 보이스피싱 범죄 현장을 목격하고 1억원이 넘는 규모의 사기 피해를 막은 사연이 전해졌다.

11일 경찰청 공식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한 거리에서 발생했다.

당시 갈색 코트를 입은 젊은 남성 A씨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약 1억3800만원이 담긴 흰색 봉투를 전달받았다. A씨는 입간판 뒤에서 봉투를 받은 뒤 바로 자리를 떴다.

다만 A씨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사복 차림으로 길을 걷던 경찰이 현장을 목격하면서다. 경찰은 길 한복판에서 시민들이 의문의 봉투를 주고받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봉투를 건넨 시민에게 “어떤 봉투를 건넨 거냐”라고 물었고, 시민으로부터 “검찰의 전화를 받고 돈을 건넸다”는 답변을 듣자마자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해 A씨를 쫓기 시작했다.
 

A씨는 결국 인근 지하철역에서 체포됐다. 체포 과정에서도 경찰의 순발력이 빛을 발했다. A씨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뒤를 바로 따라가지 않고 계단으로 먼저 뛰어 내려간 것이다. 혹시라도 뒤에서 누군가 쫓아오는 것을 눈치채고 A씨가 도망칠까 봐 한 행동으로 보였다. 결국 경찰은 A씨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기 전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이후 경찰은 인근 지구대에 지원 요청을 해 A씨를 인계했다.

A씨는 금융감독원 직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추궁 끝에 범행을 인정했으며, 경찰 수사 끝에 구속됐다.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사기로 잃을뻔한 1억3800만원을 고스란히 다시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