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대 폰지사기 혐의’ 지웅아트 호화 변호인단 선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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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미술품 투자를 빙자한 수백억 원대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를 받는 지웅아트갤러리(지웅아트) 대표 A 씨가 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공분이 일고 있다. 정작 피해자 다수는 법률 비용 부담으로 '나 홀로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 A 씨에 대한 형사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피해금 회복은 어렵다는 생각에 자포자기한 피해자도 많은 상황이다. A 씨는 2023년 10월 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피해자에게 소송 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
지웅아트 대표 A 씨와 전직 대표 B 씨, 임원 C 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규제 위반 등 혐의로 지난 9월 13일 구속기소됐다. 지웅아트는 미술과 재테크를 결합한 '아트테크' 운용사를 표방했다. 투자자가 구매한 미술품으로 갤러리가 수익을 내서 투자 원금 1%를 매달 수익금으로 지급한다고 홍보했다. 3년이 지나면 갤러리가 미술품을 재매입해 투자 원금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 결과, 지웅아트갤러리 아트테크 실체는 새로운 투자자에게 받은 돈으로 앞선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였다. 지웅아트는 미술품을 활용한 수익 활동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지웅아트는 소장한 미술품조차 없었다. 갖고 있지도 않은 미술품을 판매한 셈이다. 투자자 대부분은 미술품을 실제로 보지 않고 구매해 실상을 알지 못했다. 지웅아트는 허위 가격확인서를 통해 일부 미술품 가격을 부풀리기도 했다.
지웅아트는 다른 아트테크 업체를 모방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다. 대표 A 씨와 전직 대표 B 씨는 지웅아트를 설립하기 전인 2018년 5월경 또 다른 아트테크 업체 S 사 분점을 광주광역시에 열었다.
당초 각종 투자상품을 판매하던 B 씨는 A 씨를 찾아가 S 사 아트테크 상품 투자를 권했다. 대표 A 씨는 부동산 개발업을 주로 하던 사람이다. B 씨는 자칭 투자자산 전문가였다. A 씨는 B 씨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B 씨와 함께 S 사 아트테크 상품 판매에 뛰어들었다. A 씨는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해 목돈이 필요했다.
A 씨와 B 씨는 2019년 7월 S 사와 별개로 지웅아트 법인을 광주광역시에 설립했다. 온라인 마케팅 수완이 좋은 임원 C 씨가 합류해 투자금 모집 규모가 커진 영향이었다. 지웅아트는 설립 두 달 만인 2019년 9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으로 이사했다. 지웅아트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100여 명으로부터 투자금 약 900억 원을 끌어모았다.
지웅아트 대표 A 씨 변호인단은 국내 10대 로펌 중 한 곳 변호사 8명으로 구성됐다. 해당 로펌 홈페이지에 따르면 변호사 8명 중 5명은 고소·고발 및 수사대응팀 소속이다. 수사대응팀은 "경찰 조사 등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검찰 수사 및 결정 단계에서 고객의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의 도움을 드린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지웅아트에서 미술품을 구매한 한 피해자는 "피해 변제에 써도 모자랄 돈을 대형 로펌에 몇억 원 쓰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대형 로펌도 결국 우리 돈으로 선임한 거다. 증오심이 올라온다. 마지막까지 합의할 것처럼 해놓고…"라고 토로했다.
자신이 지웅아트 전 대표 B 씨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지난 8월 5일 일요신문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욕심만 앞서 피해자를 만들어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며 "피해자 모두에게 변제를 약속했고 현재 변제를 하고 있는 입장이다. 제가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끝까지 책임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B 씨는 자신의 운전면허증 사진도 이메일에 첨부했다.
그는 다른 아트테크 업체 '갤러리K' 사기 의혹을 다룬 기사(관련기사 [단독] 아트테크 사기 또 터지나…'연매출 600억' 갤러리K에서 벌어진 일)에서 유사 사례로 언급된 지웅아트를 익명 처리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사기꾼이 요구사항이 많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며 "지웅아트를 이어서 운영할 분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메일을 보낸다"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B 씨에게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B 씨는 "피해자들을 만나느라 정말 시간이 없다"며 "기사를 먼저 수정하면 다다음주에 찾아뵙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복수의 지웅아트 피해자는 일요신문에 "B 씨에게 연락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변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약속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지웅아트는 그동안 사기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피해금을 변제할 것처럼 "원금 지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그러나 약속은 매번 미뤄졌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나중에 재판에서 감형받으려고 쇼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웅아트는 2023년 10월 투자자에게 수익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사기 논란이 커졌다. 이후 대표 A 씨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면서 수익금 지급 시점을 연기했다. 데이터베이스 오류, 신규 서버 설치로 인한 호환 문제, 행정안전부 민원 서비스 오류 등이었다. 투자자들 의구심은 오히려 커졌다.
지웅아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본사 운영을 2023년 11월 중단했다. 지웅아트는 "일부 고객들 대응에 상주 직원 피해, 기물 파손 등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실제로는 2023년 7월부터 본사 월세는 물론 전기세도 내지 못해 운영을 중단했다. 건물주는 지웅아트를 상대로 2023년 8월 이미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일요신문은 지웅아트 미술품 투자금이 대표 A 씨 소유 부동산 개발업체로 흘러간 정황이 있다고 2023년 12월 보도했다(관련기사 "수익 보장은커녕 원금도 안 줘" 청담동 갤러리 수백억 '폰지 사기' 의혹 전말). 보도 직후 지웅아트는 "추측성 기사로 인해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며 "해당 언론사에 법적 대응과 함께 강력히 항의할 예정"이라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하지만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대표 A 씨는 올해 1월부터 5월경까지 자신이 소유한 땅을 매각해 투자 원금을 조만간 반환할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갖가지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이행되지 않았다. "매수자가 허가 문제로 시청에 문의할 게 있다고 한다" "매수자가 매매에는 동의했는데 금액이 맞지 않았다" "매수자 측이 시간을 미뤄서 이렇게 시간만 보내면 안 될 것 같아 계약을 파기했다" 등 사유였다.
대표 A 씨는 투자자들 연락을 받지 않는 이유를 네이버 카페에 공지하기도 했다.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고객 한 분이 찾아와 몸싸움이 있었다. 몸싸움 중 휴대전화가 망가졌다" 등이었다. 그러다 지난 6월경부터는 아무런 공지도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8월 말 검찰에 구속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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