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뜯고 또 사기치는데… 피해 신고 없어 수사 못한다?

비상장주식 상장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해 수십억원을 뜯어낸 사기 조직이 경찰의 수사 착수에도 동일 수법으로 추가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지난주 사기범 일당의 추가 범죄 행각을 제보받았지만 별도의 피해 신고가 들어와야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 ‘에스디웨이’라는 업체가 상장한다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70억원 이상을 편취한 뒤 잠적한 사기 조직(국민일보 12월 10일자 12면 참조)이 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사기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 일당의 수법은 지난번과 동일했다. 이들은 먼저 자신들을 유명 해외 자산운용사 소속이라고 속이며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수십명의 참여자를 끌어모았다. 이후 코스닥 상장 직전이던 비상장업체 A사 주식 1주를 지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이 업체가 상장하면서 투자자들은 1주에 해당하는 수익을 직접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비상장업체 B사가 내년 3월 상장한다며 거액의 주식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대수익률은 300~400%를 제시했다. ‘맛보기 주식’을 미끼로 활용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들이 이번에 투자 리딩방 참여자에게 제시한 증권 계좌는 경찰이 추적 중인 에스디웨이 투자 사기 조직이 이용한 계좌와 같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금융 당국에 정식 등록된 한 투자일임사를 사칭한 사기 조직은 같은 수법으로 투자자들에게 비상장주식 투자를 권유한 뒤 거액의 투자금을 받고 잠적했다. 해당 증권 계좌는 당시에도 맛보기 주식을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데 사용됐다. 이 사건 피해자는 40명 이상, 피해금은 7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서울경찰청 피싱사기수사대는 전국에서 발생한 수십건의 사기 사건을 넘겨받아 약 2주 전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B사의 주당 가격은 1000~1300원대에 형성돼 있지만 일당은 투자자들에게 주당 매수가격을 약 40배인 4만원으로 설정했다. 비상장주식 특성상 일반인들이 정확한 주가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현재 리딩방 참여자의 증권 계좌에 주식을 선입고하고 대금을 입금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피해 신고가 없는 상태에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수사기관의 재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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