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겪는 일본 증시...34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환골탈태' 겪는 일본 증시...34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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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버블'이정점에 달했던 1989년 역대 최고를 찍고 줄기차게 내리막길을 걸어 온 일본닛케이225 주가지수가 35년만에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특히 증시의 구성 기업, 밸류에이션, 기업 실적 등 전반적 투자 환경이 과거와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환골탈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지난해 무려 28.2% 오른 뒤 올해에도 이미 10% 이상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수치만 보고서 거품 붕괴가 재연될 가능성을우려할 필요는 없다는뜻으로 풀이된다.

닛케이 지수는 지난주 22일 1989년 12월 29일 기록한 3만8915.87을 뛰어넘은 뒤 계속 올라 27일 오전에는 3만9360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3.3%에 이어 4분기에도 0.4% 역성장하며 경제는 침체에 빠졌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수는 급등했다.

엔화 약세로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일본 정부가 주주 수익률 제고를위해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등노력하고 있고, 부진한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온 투자금이 몰리는 점 등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더 튼튼하고 저렴해진 증시

현재 일본 증시는 34년 전과 비교해서 훨씬 더 튼튼하고 저렴해졌다.

일단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널리 거래되는 225개 대형주 가격 움직임을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산출하는 닛케이225 지수는 기업의 규모와 유동성에 따라 1년에 두 번 재설정되기 때문에 지난 30년 동안 지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즉, 1989년에는 은행과 유틸리티 기업이 일본 증시에서 가장 큰 기업에 속했기 때문에 닛케이225에서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컸다. 하지만 현재는 지수 가중치의 약 50%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기술 기업이고,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소비재로 23%다.

밸류에이션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34년 전과 최고점 수치는 비슷하지만 지금 닛케이225 지수는 1989년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는평가를 받는다. 이는 그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버블이 절정에 달했을 때 일본 증시는 전 세계 증시 가치의 40% 이상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중국과 기타 개발도상국의 성장에 밀려 6% 미만을 차지하는 데 그칠 뿐이다.

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밸류에이션 지표인 닛케이225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4년 전 약 60배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약 16배에 머물고 있다. 이는 약 23배 정도인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S&P500의 PER보다도 훨씬 더 낮은 수준으로 거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의미한다.

PER와함께 쓰이는 대표적인 밸류에이션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봐도 마찬가지다. 1989년 말 도쿄에 상장된 주요 기업들은 청산 가치의 6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하지만 현재 닛케이225 기업의 평균 PBR은 1.47배에 불과하다. 많은 일본 기업의 PBR이 1배 이하인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PBR이 1배 이하인 상장사에 주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고, 이는 닛케이225가 상승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렴한 투자처라는 인식에 몰리는 외국인 투자자

끝으로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소위 '공포 지수'로 불리는 닛케이 변동성 지수는 2월 27일 현재 20.51로 1989년 12월 29일의 20.3과 큰 차이가 없지만, 34년이 흐르는 동안 일본 경제 전망에는 큰 차이가 생겼다.

당시 일본은 잠재적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국가로 여겨졌고, 일본에는 현금이 넘쳐났다. 현재 일본은 여전히 수십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의 상처를 100% 치유하지 못했고, 경제 위축, 노동력 감소, 세계 무대에서의 영향력 감소 등의 문제로 씨름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수십 년간 이어진 경기 부진은 오히려 일본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일본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함께 커졌다.

도쿄증권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1월에만 외국인 투자자가 거래소의 '프라임' 상품(가장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높은 주식)에 2조엔(약 17.7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도쿄증권거래소는 장부가 이하로 거래되는 기업에 대한 자사주 매입 등을 압박하자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기업들의 향후 실적 개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 매체인 닛케이는 최근 2024년 3월 마감되는 회계연도에 일본 상장 기업의 순이익이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약세로 수출기업 혜택

엔화 약세가 이런 기업 실적 호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엔화 약세로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일본산 제품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일본 수출업체들이 혜택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잠시 달러 대비 33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엔화는 올해 들어서도 약 6% 빠졌다.

이런 버블 때와 크게 달라진 분위기는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식 전략가들은 올해 말 닛케이225 지수 전망치를 3만8500에서 4만1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로 반전될 경우 이것이 일본 증시 추가 상승을 가로막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이프치히 대학교 경제정책연구소의 타이키 무라이 박사 연구원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저금리 환경에서 미국과 유럽의 기업 심리가 개선됨에 따라 일본의 매력이 사라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제 자본 흐름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일본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2023년에 희망적인 신호를 보였던 임금 성장세가 최근 주춤하고 있고, 인구 감소와 개혁에 저항하는 경직된 노동 시장 같은 구조적인 문제도 여전해 이런 요인들이 장기적인 증시 상승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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