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국 대표 "우호적행동주의로 가치 올릴 종목 많아"
“사업구조는 좋지만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비합리적인 주주정책 때문에 극심한 저평가를 겪는 종목이 많습니다. 우호적 행동주의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 기업과 주주가 ‘윈윈’할 수 있습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사진)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게 우호적 행동주의”라며 “주주가치에 대한 경영진의 생각이 바뀌어야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VIP자산운용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가치투자 운용사로 꼽힌다. 2003년 설립 이후 노르웨이국부펀드, 국민연금 자금을 포함해 총 5조5000억원을 굴리는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5년 전부터는 단순한 저평가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경영진의 주주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주가가 저평가된 사례가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HL홀딩스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자사주 약 56만 주 가운데 약 47만주를 제3자인 재단에 무상으로 출연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행주식의 약 4.76%에 해당하는 대규모 지분을 무상으로 기부하면 주식을 유상취득한 주주들에게는 막대한 손해다. 김 대표는 “자사주의 재단 출연 때는 의결권이 살아나 대주주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며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해 무상출연 취소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HL홀딩스는 이후 무상출연하려던 물량을 포함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주주환원 대책을 발표했다. 시장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 행동주의와 달리 대주주와의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게 김 대표가 설명하는 우호적 행동주의의 핵심이다. 그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하려면 대주주의 자발적인 의지가 필수”라며 “우호적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대주주의 일감 몰아주기나 사익 편취처럼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경우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고 강조했다.
밸류업 정책, 상법개정안 논의 등 사회적 변화가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김 대표는 “해외 선진시장의 주주정책을 접한 투자자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기업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거세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기업들도 주주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email protected]
-
등록일 12:40
-
등록일 11:58
-
등록일 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