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처럼 될라"…EU 방위비 증액 흐름에 불 뿜은 방산주 [종목+]
국내 증시에서 4일 방산주가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홀대하며 오히려 러시아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인 영향이다. 불안해진 유럽 각국이 자체적으로, 신속하게 국방력을 강화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한국 기업의 수혜가 점쳐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대비 10만7000원(18.01%) 뛴 7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1조9524억원으로, KB금융을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9위로 올라섰다. 현대로템(10.87%), 한화시스템(8.67%), LIG넥스원(7.39%), 한국항공우주(7.29%) 등 다른 방산주들도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간밤 유럽증시에서도 방산주들 주가가 일제히 치솟았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의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의 밥콕인터내셔널과 BAE시스템스, 독일의 라인메탈, 프랑스의 탈레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등 12개가 넘는 방산업체가 장중 10% 넘게 급등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롤스로이스, 키네틱, 켐링, 에이번 테크놀러지, 라인메탈, 에어버스 등이 3.5~12.9% 강세를 보였다.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치달은 영향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안전보장을 두고 충돌하면서 설전을 벌였고, 회담은 ‘노딜’로 끝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화협상을 지키지 않았던 걸 언급하며 미국에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요구했지만, 면박만 받고 쫓겨나다시피 백악관을 떠났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 광물협정에 서명할 의향을 드러내며 손을 내밀었지만,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를 거론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원조 중단을 명령했다.
이에 유럽 현지에서는 미국의 이탈로 서방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붕괴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독자적인 군사력 증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 유럽 각국이 국방예산 증액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3%인 국방비 비중을 2027년까지 2.5%로 높이고, 2029년부터인 다음 의회 임기에서는 3%로 늘리기로 했다. 덴마크 정부도 지난달 19일 올해와 내년 국방비를 500억 크로네(약 10조원) 추가 편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국방비 증액에 나선다. EU 집행위는 오는 6일 회의에서 국방비 증액을 위한 재정 준칙을 완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국방력 강화 움직임의 수혜 중 큰 비중을 한국 방산기업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무기체계와 연동되는 데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고 빠른 공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유럽 국가들은 단기간 내 무기를 도입해야 하지만, 산업역량 부족으로 방위산업 공급망을 신속하게 회복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이외 지역에서의 수혜도 기대된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방위비 증액 기조에 따라 유럽 업체들의 공급은 유럽 내부에 더욱 집중돼,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 방산 시장의 경쟁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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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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