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데이터 분석해 투자…작년 국내주식, 2030만 수익냈다
‘유행에 휩쓸려 밈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탄 주식)을 사고, 레버리지를 끌어 단기 거래에 몰두하는 철없는 투자자’.
2030 투자자에 대해 기성세대가 흔히 갖는 선입견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2030세대의 투자 행태를 집중 분석한 결과 기존 고정관념과 정반대였다.
투자 성적만 봐도 2030세대는 지난해 유일하게 국내 증시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7일 한경이 지난해 NH투자증권에 신설된 65만3685개 주식계좌를 기준으로 투자 성적을 따져본 결과 20대는 2.18%, 30대는 2.96%의 수익률을 거뒀다. 40대(-3.98%), 50대(-8.83%), 60대 이상(-12.55%)은 모두 손실을 봤다.
◇‘한 방’보다 안정성2030세대만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투자 성과를 낸 것은 ‘신중하고 치밀한 투자 성향’ 덕분으로 분석된다. 2030세대는 성장 기대가 낮은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는 안정성에 역점을 두고, 해외 증시에선 공격적으로 나서는 전략을 폈다. 2030세대의 국내 증시 투자 상위 종목 10개에는 반도체 양대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국내 상장 인프라 공모펀드 중 가장 큰 맥쿼리인프라 등이 포함됐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들도 10대 상위 종목 다수를 차지했다.
2030세대는 국내 증시에선 바이오·인공지능(AI)·양자통신 등 ‘잘되면 대박’인 종목과 주가 움직임을 두세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각종 테마주도 외면했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의 국내 증시 순매수 상위에 삼성SDI, LG화학,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포스코홀딩스, 삼천당제약, 금양 등이 이름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신규 개설 해외투자 계좌를 통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배당형 ETF로 이름난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SCHD)’였다. ‘뱅가드 S&P500(VOO)’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 ‘SPDR 포트폴리오 S&P500(SPLG)’ 등 순매수 10위 중 절반을 분기배당형 ETF가 차지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ETF 운용역은 “이들 ETF는 개별 종목에 비해 폭발적인 수익률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그만큼 변동성이 덜하다”며 “안정적으로 자산을 증식하려는 선택의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직감 아닌 데이터로 승부2030세대의 투자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급등락하는 테마주에 올라타 ‘대충 대박’을 노리는 대신 각종 뉴스와 공시, 리서치 보고서, 투자 스터디 등을 통해 정보를 얻어 포트폴리오를 짜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영어가 익숙한 세대인 만큼 미국 주식을 알아볼 때 현지 매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2030도 많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정현일 씨(28)는 배당형 ETF 투자를 시작한 뒤 ‘배당 달력’도 짰다. 배당금 지급 시기가 서로 다른 고배당 종목을 조합해 지난 1월에는 A종목에서, 2월에는 B종목에서 배당을 받는 식이다. 정씨는 “월급 외에 현금 흐름을 만들고, 리스크는 분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기업에서 일하는 박현주 씨(37)는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정기적으로 투자보고서를 공개하는 ‘13F’를 직접 찾아본다. 이를 AI로 분석해 매 분기 달라진 내용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뽑아내기 위해서다.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를 통해 투자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이들도 있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기준을 잡아 AI가 투자할 만한 종목을 추려내게 하는 식이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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