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분의 1토막 났는데…"머스크형만 믿어" 또 쓸어 담았다 [종목+]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이달에도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식을 적극 담고 나섰다. 서학개미가 가장 사랑하는 주식인 테슬라 주가가 판매 부진 속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조정받자 되레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테슬라가 올 1분기 실적 저점을 확인하며 반등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테슬라 주식 22억1694만달러(약 3조176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기간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1위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 두 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상장지수펀드'(15억1954만달러)가 뒤를 이으며 2위를 차지했다.
최근 테슬라 주가가 강하게 조정받고 있음에도 서학개미들은 여전히 '최애' 종목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테슬라는 서학개미 투자 1위 종목이다. 지난 24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투자 금액은 204억6272만달러(약 29조3190억원)에 달한다.
테슬라는 전날 8.39% 급락한 3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24.42% 빠졌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14일(302.1달러) 이후 최저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수혜 기대로 지난해 12월18일 장중 461.1달러까지 뛰었던 것과 비교하면 34.33%나 떨어진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9740억달러(1395조4918억원)로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여 만에 1조달러 밑으로 주저앉았다.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자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 줄어든 178만2000대로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졌다. 테슬라는 지난달 미국에서 4만1900대, 중국에선 6만3200대를 팔았는데 이는 전년보다 각각 7.9%, 11.5% 줄어든 수준이다. 또 프랑스(-63.4%), 독일(59.5%), 스웨덴(44.3%), 노르웨이(37.9%) 등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판매량이 부진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전기차업체의 도전을 받는 점도 주가 하락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중국 비야디(BYD)가 저가형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발표하면서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되면서다.
1분기 실적 우려도 주가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조희승 iM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에도 긍정적 실적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뿐 아니라 새 모델Y의 3월 출시를 앞두고 이전 모델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 게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분기는 판매량 감소가 이어질 뿐만 아니라, 노후화된 모델의 재고 처리를 위한 프로모션이 대거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달 1일부터 모델3에 대해 2.99%, 모델Y에 대해 0%의 할부 이자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판매 부진의 배경은 다음달 출시 예정인 모델Y로 대기 수요가 발생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행보가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 CEO는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총선 유세에 참여했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행사 연설에서 취한 제스처가 '나치식 경례'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테슬라 강세론자로 유명한 미국 투자자 로스 거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분노한 사람들이 테슬라 불매 운동을 벌일 수 있다"며 "그동안 테슬라가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으로 거래됐지만 차량 판매 둔화가 이어지면 프리미엄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선 테슬라가 올 1분기 실적 바닥을 확인한 후 반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박 연구원은 "분기별로는 1분기 실적이 바닥일 것"이라며 "3월부터 모델Y 신차가 판매되기 시작하는데 중국 출시 5일 만에 신규 주문 7만대를 기록하는 등 초기 반응이 좋고, 중국 에너지저장장치(ESS) 공장이 가동되면서 생산 설비가 두 배로 확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승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더 조정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는 기술적 성과 기반의 모멘텀(상승 동력)이 풍부하다"며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20~30% 외형 성장에 대한 확답은 없었지만, 다음달 새 모델Y의 가격이 오르고, 6월 텍사스·캘리포니아주에서 비감독 FSD와 저가형 모델2 출시, 상반기 중 유럽과 중국으로의 FSD 지역 확장 등의 계획은 변함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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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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