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라" 보고서 써놓고 팔았다…개미들 등 돌린 까닭 [분석+]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괴리가 커지면서 리포트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같은 종목을 두고 증권사별 목표주가가 최대 6배 수준으로 벌어지는가 하면 투자의견 '매수' 의견을 낸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연일 매도 상위 창구에 올랐다는 점이 개인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키웠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7일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605개 종목에 대해 낸 기업 보고서는 총 1만336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증권사 간 목표주가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 종목은 최근 증시 상승을 주도한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주였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해 올해 나온 237건의 보고서에서 제시된 목표주가는 최저 수준이 15만원(상상인증권)이었으나 최고 수준은 4.3배에 달하는 65만원(한국투자증권)이었다.
SK하이닉스는 편차가 더욱 컸다. 올해 183건의 보고서에서 제시된 목표주가는 75만원에서 470만원으로 최고 목표가가 최저 목표가의 6.3배에 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목표주가를 470만원으로 제시했다. 현대차도 올해 전체 목표주가가 34만원∼120만원으로 차이가 컸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34만2000원∼67만원, 두산에너빌리티는 10만∼16만5000원으로 상대적으로 차이가 작았다.
지난 7일 종가 기준 최근(7∼8월)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와의 괴리율은 SK하이닉스가 146.87%로 가장 컸다. 증권사들이 최근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의 약 2.5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117.28%), SK스퀘어(115.65%), 현대차(86.94%), 두산에너빌리티(69.62%) 순이었다.
이렇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별 목표가 산정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시장에서 신뢰할 만한 투자 판단 자료로서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며 "같은 기업을 분석하면서도 증권사마다 이익 추정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산정 방식이 달라 목표주가가 수백만원씩 벌어지는 만큼 리포트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 역시 "요즘 투자자 사이에서는 증권사 리포트보다 오히려 실력 있는 증권 유튜버들의 분석을 더 신뢰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관투자가와 기업, 업계 관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반면 유튜버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외부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시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보다 직설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에 대한 불신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수 보고서를 써놓은 회사가 다음날 시장에선 순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사례가 허다해서다. 글로벌 IB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메모리산업에서 나타난 가장 가파른 조정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은 매력적인 전술적 재진입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특히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라는 보고서로 '반도체 저승사자'라고 불린 숀 김 연구원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모건스탠리뿐만이 아니다. 다른 IB도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며 투자 가치가 높다는 보고서를 연달아 내놨다. JP모간과 골드만삭스도 코스피의 전망치를 상당히 높게 잡았다.
이 같은 긍정적 전망과 달리 이들의 행동은 보고서와 정반대였다. 모건스탠리는 10일 오전 11시 기준 삼성전자 매도 상위 창구 4위, JP모간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5일 기준으로는 골드만삭스가 매도 상위 창구 4위였다. SK하이닉스는 모건스탠리가 이날 오전 11시 기준 매도 상위 창구 1위를 기록했다. 최근 5일 중엔 JP모간이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외국계 보고서의 신뢰도에 의문을 보내는 이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IB 출신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IB의 리서치 보고서와 실제 매매 행위를 동일선상에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IB는 리서치와 세일즈, 프라임브로커리지(PB), 자기매매·헤지 등 기능이 분리돼 있어 애널리스트가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고 해서 해당 IB의 트레이딩 데스크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포지션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글로벌 IB들은 시장 전망과 별개로 고객 주문을 집행하거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위험관리 차원에서 보유 주식을 매도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매도 상위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보고서가 허위이거나 개인투자자를 기만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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