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삼전, 하반기엔 삼바 매수…코스피 떨어져도 외국인은 벌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집중 매수한 종목은 하락장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에는 반도체·자동차, 하반기에는 바이오·인터넷·조선 종목이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사들이는 종목이 주도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희비 갈린 개인과 외국인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는 반도체·자동차 종목에 집중됐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7조9971억원)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 기간 2.39% 올랐다. 이 밖에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권에 든 SK하이닉스(66.08%) 현대차(47.13%) 삼성물산(9.82%) HD현대일렉트릭(287.02%)은 모두 상반기 급등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2차전지,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종목을 사들여 손실을 봤다. 상반기 가장 많이 순매수한 네이버(2조1069억원)는 이 기간 26.64% 내렸다. 삼성SDI(-24.2%) LG화학(-29.99%) JYP엔터테인먼트(-43.49%) LG에너지솔루션(-23.98%) 등 다른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도 줄줄이 하락했다. 상반기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의 평균매수단가(총매수 금액을 총매수 주식 수로 나눈 액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개인투자자(-13.69%)는 외국인 투자자(23.08%) 수익률에 크게 못 미쳤다.
외국인 투자자의 톱픽은 하반기에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가 하반기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순매수액은 9064억원에 달했으며 이 기간 주가가 23.45% 뛰었다. 상반기 주가가 지지부진하던 네이버도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2위에 올라 이 기간 22.71% 상승했다.
이 외에도 삼성중공업(19.83%) 크래프톤(12.24%) 현대로템(23.06%) 등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한 바이오·게임·조선주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13.36% 급락한 것과 대비된다. 하반기 들어 개인투자자는 외국인 투자자가 대규모로 내놓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반도체·자동차주 물량을 받으면서 쓴맛을 봤다.
○ “외국인 톱픽에 기회 있다”올해 국내 증시의 등락을 좌우한 핵심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다. 상반기 22조8820억원어치를 사들여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순매수액을 기록하더니 하반기에는 20조2326억원어치를 팔아 증시를 휘청이게 했다. 개인투자자의 투자 이민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한국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익이 투자 결정의 큰 요소”라며 “전체적인 국내 증시 상황과 별개로 고환율이 진정되면 외국인 투자자가 더 들어올 수 있어 그들이 주목하는 개별주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외국인 순매도 대부분이 삼성전자에 집중된 만큼 국내 증시 수급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후 삼성전자의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액은 18조9767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액(19조8115억원) 중 96%에 달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거의 팔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내년을 내다보는 지금 지나치게 비관적 시각에 매몰되면 안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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