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라 부르지 말아주세요"…시총 격차 13조 돌파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두나무 합병설과 함께 네이버는 상승세에 올라탔지만, 카카오는 카카오톡 업데이트 역풍을 맞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네이버가 두나무와 시너지를 내면 카카오와 시가총액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개미 웃었지만…카카오 개미 '한숨'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의 주가는 최근 1개월(9월2일~10월2일) 간 17.4% 올랐다. 반대로 카카오는 2.6% 하락했다. 기관 투자자의 엇갈린 시각이 눈에 띄었다. 이 기간 기관은 네이버를 1조4억원 순매수하고, 카카오는 3345억원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격차도 벌어졌다. 지난달 2일 종가 기준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35조2918억원, 카카오는 26조2180억원으로 차이는 9조원 수준이었다. 현재 네이버는 39조6837억원, 카카오는 26조3596억원으로 격차는 13조3241억원에 달한다. 1개월 사이 네이버의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는 12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카카오는 19위에서 20위로 밀렸다.
투자자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지난달 말 기준 NH투자증권을 통해 네이버에 투자한 13만6257명 중 수익 투자자 비율은 44.78%를 기록했다. 카카오의 수익 투자자 비율은 12.48%에 불과했다.

네이버 강세의 배경에는 두나무가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포괄적 주식 교환을 진행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품어 네이버가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최대 검색·커머스·사용자제작콘텐츠(UGC) 플랫폼과 암호화폐 거래소의 파트너십은 향후 국내외에서 높은 강도의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이어 "네이버와 두나무가 강한 제휴로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분명한 사실만으로도 목표가 32만원(시가총액 50조원)까지 안정적인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DS투자증권은 네이버의 목표가를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높였다. 이 증권사 최승호 연구원은 "가상자산 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받고 있다"며 "양사 결합 시 네이버 플랫폼을 통한 두나무의 마케팅 효과로 시장 1위의 지배력이 더 공고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실물자산 토큰화(RWA)와 같은 잠재 성장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점, 상대적으로 열위였던 인공지능(AI) 서비스도 가상자산과 결합해 새로운 수익처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빅딜 추진…카카오는 이용자 반발 부딪혀네이버가 빅딜을 추진하는 동안 카카오는 수렁에 빠졌다. 15년 만에 카카오톡을 전면 개편했지만, 혹평이 잇따랐다. 카카오는 기존 친구 목록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홈 화면과 같은 피드 형식의 '친구 탭'으로 바꿨다. 숏폼 영상 전용 공간인 '지금 탭'도 신설했다.
업데이트 후 친구 목록 대신 사진과 글이 크게 노출되자 이용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미성년자가 숏폼에 과하게 노출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카카오톡에 1점을 부여하는 리뷰도 쏟아졌다. 지난달 26일에는 주가도 6.49% 급락했다.
카카오는 결국 기존 전화번호부형 친구 목록을 앱 첫 화면에 다시 두기로 했다. 피드형 친구 탭은 보조 기능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톡 개편으로 광고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사실상의 롤백 조치로 광고 노출량이 줄어 매출 증대 기회는 종전보다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네이버에도 변수가 남아 있다. 비상장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주식의 교환 비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 차이는 크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35억원이었지만 두나무의 영업이익은 1조1900억원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체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교환비율로 1대 3, 1대 4 수준이 거론된다. 두나무에 유리한 비율이 적용될수록 네이버파이낸셜 주주들의 기존 지분은 희석되고, 반대로 두나무 주주들은 네이버 신주를 많이 확보해 전체 영향력이 커지게 되는 구조다. 두나무 주요 주주가 주식 교환에 응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가분리'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금가분리는 은행, 보험사 같은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가상자산회사에 출자·협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뜻한다. 2017년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이후 암묵적으로 통하는 룰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을 전통적인 금융회사로 간주하면 두 회사의 결합은 금가분리 원칙에 어긋나게 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