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플로우 하한가 행진 첫날, 대표 가족·임원도 주식 팔았다 [종목+]

웨어러블 인슐린 주입기 '이오패치' 개발사인 이오플로우가 하한가로 추락한 첫날인 지난 4일 대표 가족과 일부 임원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의료기기업체 인슐렛과의 소송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내부자가 자사주를 매도하고 나서자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의 아내 김 안젤라 신(KIM ANGELA SHIN) 씨는 지난 4일 보유주식 14만1900주를 장내에서 1주당 8010원에 전량 매도해 11억3662만원을 손에 쥐었다. 김 대표의 동생 안 재희 김(AHN JAHEE KIM) 씨도 역시 갖고 있던 7만6926주를 주당 1만100원에 모두 처분해 7억7695만원을 현금화했다.

이오플로우 임원들도 자사주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 4일 전준성 총괄고문은 1억9148만원, 김창정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억9496만원어치를 매도해 현금화했다. 6일엔 안현덕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보유하고 있던 1만9085주를 주당 3770원에 장내에서 전량 매도해 현금 7195만원을 확보했다.

통상 시장에서는 임원과 특수관계인의 주식 매도는 '고점' 신호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보통 일반 투자자보다 기업의 내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매도 시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가족과 임원이 매도를 시작한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4거래일간 이오플로우는 75% 폭락했다.

당시 이오플로우는 미국 매사추세츠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인슐렛과의 해외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부정경쟁 소송에서 배심원들이 인슐렛의 손을 들어줬다고 공시했다. 배심원단은 이오플로우가 인슐렛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평결 패소 공시는 지난 4일 오전 11시25분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됐다.

배상 규모가 막대해 주식 매도세가 몰렸다. 미국 소송의 배심원단은 이오플로우가 인슐렛에 4억5200만달러(약 6337억원·3일 환율 기준)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이는 이오플로우의 자기자본 723억원의 약 9배에 달한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고, 배상이 부채로 인식되면 이오플로우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

일각에선 내부자들이 패소 리스크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아치운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하한가 행진 이튿날 전 총괄고문과 김 COO는 주당 5380원에 주식을 다시 매입해 지분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특수관계인들은 공시가 발표된 후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원·가족뿐 아니라 김재진 대표도 지난 4일 장중 자사주를 5만100주 매도했다. 확보한 현금은 3억8454만원이다. 다만 김 대표가 확보한 현금은 개인의 주머니가 아니라 회사에 다시 투입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10월 김 대표는 유상증자 청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외·장내에서 21만5000주를 매도할 것이라 밝혔다. 유상증자는 철회됐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회사에 재투자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김 대표는 가족의 사재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오플로우 관계자는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은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와 가족의 자금 투입 방식은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식 판매로 확보한 현금은 어떻게든 회사에 다시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가는 지난 9일 52주 최저가(장중 2690원)로 밀린 후 반등을 타진하는 모양새다.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상승한 데 이어 이날 오전 9시22분 현재 전날보다 150원(3.71%) 오른 41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