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주식거래 수수료 20~40% 인하

한국거래소가 이르면 12월부터 한시적으로 주식거래 수수료를 20~40% 인하한다. 2005년 거래소가 통합 출범한 이후 20년 가까이 유지해온 단일 수수료 체계를 처음으로 손질한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한 지 10개월 만에 주식거래 수수료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르면 12월부터 넥스트레이드 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출 계획이다. 일단 2개월 한시 적용한다. 현재 거래소 수수료는 단일 요율제로 0.0023%다. 이를 차등 요율제로 변경하고 메이커(maker·지정가 주문) 거래 때 0.00134%, 테이커(taker·시장 가격 주문) 거래 때 0.00182%를 적용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와의 점유율 및 수익 변동을 살펴본 뒤 영구 인하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번 거래 수수료 인하는 넥스트레이드 점유율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올 3월 출범한 넥스트레이드는 긴 거래 시간과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점유율을 높여 왔다. 출범 첫 달 3.8%였던 점유율은 7월 30%를 돌파했다. 대체거래소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수수료 경쟁 시대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간 연장·수수료 인하…거래소 '치킨게임' 시작되나넥스트레이드, 거래소 아성 위협…거래소, 수수료 수익 20% 감소
한국거래소가 주식거래 수수료 인하 카드를 빼들었다.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무서운 성장세로 거래소 아성을 위협하자 등장한 고육지책이다. 본격적인 주식거래 수수료 경쟁 체제의 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 메이커·테이커 요율 차등 적용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연내 주식거래 수수료율을 두 달간 20~40% 낮추기로 했다. 2005년 거래소가 통합 출범한 이후 유지해 온 단일 요율 체계도 바꾼다. 현재 0.0023% 수준인 수수료를 메이커(maker·지정가 주문)와 테이커(taker·시장 가격 주문) 거래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메이커 거래에는 0.00134%, 테이커 거래에는 0.00182%의 수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넥스트레이드와 같은 수준으로 대폭 낮추는 것이다.
일단 두 달간 시범적으로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12월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며 “증권사들의 시스템 개발 시기에 따라 내년 초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수수료를 낮추기로 한 건 넥스트레이드의 공격적인 성장세 때문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지난 3월 출범 직후부터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7월부터는 거래대금 점유율도 30%를 넘겼다. 거래시간이 더 길고 수수료는 낮아 자연스레 주문이 몰렸다는 설명이다.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도입된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은 같은 호가일 경우 수수료율이 더 낮은 쪽으로 주문이 자동 체결되도록 설계돼 있다.
올해 1~6월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수익은 94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넥스트레이드 출범 전인 1~2월 수익이 작년 동기와 별 차이가 없었던 걸 감안할 때 실제 수익 감소폭은 더 컸을 것이란 지적이다.
◇ 넥스트레이드 급성장에 대응한국거래소는 당초 거래시간 연장으로 맞불을 놓을 계획이었다. △오전 8시 정규장, 오후 3시40분~8시 애프터마켓 개장 △오전 8시~8시30분 프리마켓, 오후 3시40분~8시 애프터마켓 개장(잔존 호가 이전) △두 번째 안과 같지만 잔존 호가 삭제 등 세 가지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시스템 개발과 연장 근무에 따른 노무 문제를 이유로 증권사들은 세 가지 방안을 모두 거부했다. 이후 거래소가 제시한 오전 7시~7시50분 프리마켓 개장안도 증권업계 노조 반대에 가로막힌 상태다.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거래시간 연장 시스템 개발까지 마치려면 1년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수료 인하가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대응책이 됐다는 후문이다. 거래소가 수수료를 인하하려면 원칙적으로 금융위원회 시장효율화위원회의 심의가 필요하지만 3개월 이내의 한시 인하는 거래소가 자체 결정할 수 있다.
한시 수수료 인하가 두 회사 점유율과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는 거래소 의중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 비용이 더 싼 곳으로 거래를 체결시키도록 설계된 최선집행시스템이 두 거래소의 수수료가 같을 경우엔 어떻게 움직일지 시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내년에 거래시간 연장 작업을 마친 뒤 최종적으로 수수료 영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주식거래만 중개하는 넥스트레이드와 달리 상장, 공시, 청산 등의 업무까지 맡는 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와 같은 수준의 수수료를 유지할수록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거래소가 내부적으로 수수료 인하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결과도 좋지 않았다. 되찾은 점유율로 인한 수익보다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분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수수료 인하가 ‘치킨 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넥스트레이드가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에 나서며 맞불을 놓을 수 있어서다.
심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