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거래소, 이르면 연내 수수료 인하…ATS 수준 맞춘다
한국거래소가 주식거래 수수료 인하 카드를 빼들었다.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무서운 성장세로 거래소의 아성을 위협하자 등장한 고육지책이다. 본격적인 주식거래 수수료 경쟁 체제의 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이커·테이커 요율 차등 적용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연내 주식거래 수수료를 두달 간 20~40% 낮추기로 했다. 2005년 거래소가 통합 출범한 이후 유지해 온 단일요율 체계도 바꾼다. 현재 0.0023% 수준인 수수료를 메이커(Maker·지정가 주문) 거래와 테이커(Taker·시장 가격 주문) 거래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메이커 거래에는 0.00134%, 테이커 거래에는 0.00182%의 수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넥스트레이드와 같은 수준으로 대폭 낮추는 것이다. 일단 두 달간 시범적으로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12월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며 “증권사들의 시스템 개발 시기에 따라 내년 초로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한 건 넥스트레이드의 공격적인 성장세 때문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지난 3월 출범 직후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7월부터 거래대금 점유율 30%를 넘겼다. 거래시간은 더 길고 수수료는 더 낮아 자연스레 주문이 몰렸다.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도입된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은 같은 호가일경우 수수료가 더 낮은 거래소로 주문이 자동 체결되도록 설계돼있다. 올해 1~6월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은 94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넥스트레이드 출범 전인 1~2월 수익은 유지됐던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 수익 감소폭은 더 클 것이란 전망이다.
○넥스트레이드 급성장에 대응거래소는 당초 거래시간 연장으로 맞불을 놓을 계획이었다. △오전 8시 정규장, 오후 3시40분~8시 애프터 마켓 개장 △오전 8시~8시30분 프리마켓, 오후 3시40분~8시 애프터 마켓 개장(잔존 호가 이전) △두번째 안과 같지만 잔존 호가 삭제 등 세 가지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시스템 개발과 연장 근무에 따른 노무 문제를 이유로 증권사들은 이 세 가지 방안을 모두 거부했다. 이후 거래소가 제시한 오전 7시~7시50분 프리마켓 개장안도 증권업계 노조 반대에 가로막힌 상태다.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거래시간 연장 시스템 개발까지 마치려면 1년 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수료 인하가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대응책이 됐다. 거래소가 수수료를 인하하려면 원칙적으로 금융위원회 시장효율화위원회의 심의가 필요하지만, 3개월 이내 한시 인하는 거래소가 자체 결정할 수 있다.
이번 두달 간의 수수료 인하가 두 회사의 점유율과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는 거래소의 의중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 비용이 더 싼 곳으로 거래를 체결시키도록 설계된 최선집행시스템이 두 거래소의 수수료가 같을 경우 어떻게 움직일지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내년 중 거래시간 연장 작업을 마친 뒤 최종적으로 수수료 영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주식거래만 중개하는 넥스트레이드와 달리 상장, 공시, 청산 등의 업무까지 맡고 있는 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와 같은 수준의 수수료를 유지할 수록 손해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거래소가 내부적으로 수수료 인하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도 좋지 않았다. 되찾은 점유율로 인한 수익보다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분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이번 수수료 인하가 자칫하면 ‘치킨 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래소 조치에 대응해 넥스트레이드도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에 나서며 맞불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내년까지 수수료 인하와 거래시간 연장, SOR 시스템 손질 등을 통해 시장 시스템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email protected]
-
등록일 21:00
-
등록일 21:00
-
등록일 21:00
-
등록일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