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마시러 안가요"…술집 외면한 2030, 퇴근길 몰리는 곳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팀장님, 2차는 가챠(캡슐토이)숍 어때요?"
"가챠숍이 뭐고?"
어느 회사의 회식 자리. 소맥(소주+맥주)을 반쯤 비운 20대 직원이 선배 직원에게 대뜸 이 같이 제안했다. 술집을 한 곳 더 찾는 대신 캐릭터 굿즈를 뽑으러 가자는 이야기다. 과거 호프집과 주점으로 향하던 2030세대의 2차가 달라졌다. 이들의 발길은 피규어 매장과 가챠숍으로 옮겨가고 있다.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1년 새 호프와 주점 사업자는 10% 가까이 줄어든 반면 피규어 매장과 가챠숍 등이 포함된 장난감가게는 이틀에 하나 꼴로 문을 열었다.
12일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전국 장난감가게는 3996개로 지난해 같은 달 3323개보다 673개(20.3%) 증가했다. 전달(3929개)과 비교해도 한 달 만에 67개(1.7%) 늘었다. 최근 한 달 기준 하루 두 곳꼴로 새 장난감가게가 문을 연 셈이다. 국세청은 장난감가게 증가세가 피규어 매장과 가챠숍 등이 늘어난 것과 맞물린 것으로 봤다.
반면 2030세대가 외면하는 술집은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 6월 말 전국 호프주점은 1만9730개로 1년 전 2만1705개보다 1975개(9.1%) 감소했다. 선술집 등이 포함된 간이주점도 같은 기간 8648개에서 7853개로 795개(9.2%) 감소했다. 술집은 줄고 취향 소비를 겨냥한 장난감가게는 늘어나는 등 젊은 층의 소비 대상 변화가 자영업 지형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2030세대가 몰리는 서울 주요 상권에서 더욱 뚜렷하다. 홍대 상권이 있는 마포구의 장난감가게는 지난해 49곳에서 올해 70곳으로 42.9%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마포구 호프주점은 271곳에서 252곳으로 7.0% 감소했고 간이주점은 212곳에서 187곳으로 11.8% 줄었다. 술집이 줄어든 사이 가챠숍과 피규어 매장 등 젊은 층의 취향을 겨냥한 점포가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장난감가게 창업이 급증한 배경에는 어린이가 주요 소비자이던 완구 시장에 성인 소비자가 대거 유입된 영향이 크다. 가챠는 통상 2000~7000원가량을 내고 캡슐 속 캐릭터 상품을 무작위로 뽑는 방식이다.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여러 차례 뽑거나 중복 상품을 친구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교환한다. 피규어도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 인기에 힘입어 어린이 장난감에서 성인의 수집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 같은 소비 변화는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다.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 가챠 시장의 주요 소비자는 어린이에서 10~30대 여성과 직장인, 캐릭터 팬덤 등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취향을 작은 굿즈로 수집하고 SNS에 인증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가챠가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자기표현형 소비’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청년 고용 여건이 녹록지 않고 외식비와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한 번에 큰돈을 쓰는 술자리보다 적은 돈으로 만족감을 얻는 ‘작은 사치’가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가 방식도 달라졌다. 직장 동료 및 친구들과 호프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보다 퇴근길 가챠숍에 들러 몇천원짜리 캡슐을 뽑거나 피규어를 구경하며 자신의 취향을 소비하는 식이다.
김익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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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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