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악재보다 기피하는 불확실성 구간 진입"…당분간 투자심리 얼어붙을 듯
“시장이 ‘악재’보다 기피하는 ‘불확실성’의 구간으로 본격 진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탄핵 여부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취가 불명확해지고, 정치 공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어정쩡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했다는 분석에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27.75포인트(1.13%) 내린 2428.16으로 마감해 주중 어렵게 되찾은 2500선을 다시 내줬다. 외국인과 개인의 이탈이 심화한 영향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직후인 4일 이후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86억원어치를, 개인은 78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기관이 8980억원어치 순매수해 지수를 방어하려 했지만 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시장 매수대금은 연저점 수준으로 내렸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 매도세는 개인과 외국인의 위험회피 심리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투자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퇴진·탄핵 여부 등을 두고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각종 정책 불확실성이 이미 있는 와중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것”이라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세와 관망세가 나오면서 약세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대규모 사업이나 연구개발(R&D) 지원 여부 등 각종 정책 변화에 민감한 업종에 영향이 클 전망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융, 방산, 원전 테마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야기돼 증시 전반의 낙폭을 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가 국내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역점 사업 격으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거취와 여당이 제시한 의원내각제 등 굵직한 사안을 두고 여야가 한동안 각을 세울 전망이어서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책 시행을 뒷받침할 법안들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세정 지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납입한도 확대, 국내 투자형 ISA 신설 등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연내 주요 논의는 비상계엄 사태 후속 처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밸류업 관련 논의가 뒷순위로 밀리면서 한동안 기대감에 올랐던 종목들은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급락세를 이용한 저점 매수세가 일부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업종을 중심으로 수급 순환매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저가 매수세 유입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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