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퇴직연금 비결은…美 지수 중심으로 신흥국 분산투자"
서울 강남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서 모 부장(42)은 퇴직연금 계좌를 보면 뿌듯하다. 확정기여(DC)형으로 운용하는 계좌 수익률이 최근 10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했다”며 “은퇴 전까지 연금 계좌로 10억원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 주식 비중 높은 게 유리서 부장처럼 적극적으로 퇴직연금 계좌를 굴리는 젊은 직장인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본인 퇴직연금 계좌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원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하는 직장인도 많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계좌는 절세 혜택까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퇴직연금 계좌는 은퇴 시점을 고려해 긴 호흡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효영 미래에셋증권 연금컨설팅본부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에 최소 10개 이상 상품으로 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며 “예를 들어 미국 증시 투자 상품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인도, 베트남 등 신흥 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ETF는 유행에 편승하는 테마형 ETF보다 나스닥100, 코스피200 등 대표 지수형 ETF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표 지수형 ETF는 우량주 위주로 편성돼 변동성이 낮다. 지난해 유행한 2차전지, 전기차 테마형 ETF는 올 들어 주가가 폭락해 아직도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의 DC형 퇴직연금 계좌 중 수익률 상위 10% 고객이 가장 많이 편입한 상품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였다. ‘TIGER 미국S&P500’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KODEX 미국S&P500TR’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등 미국 주식형 ETF가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다.
채권형 상품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국가의 채권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은 “주식을 해외 주식으로 구성하면 채권은 국내로 분산시키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가입자 본인 연령도 고려해야 한다. 30대 직장인이라면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성장주 중심으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50대 직장인라면 배당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바쁜 직장인이 투자 정보를 일일이 찾아보는 것도 힘든 일이다. 퇴직연금 계좌를 관리하기 어렵다면 타깃데이트펀드(TDF)를 고려해볼 수 있다. TDF는 가입자 생애 주기에 따라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준다. TDF는 은퇴 예상 시기에 따라 TDF 2025, 2030, 2035, 2040, 2045, 2050 등 여러 빈티지(은퇴 목표 시점)로 상품이 나뉜다. 예컨대 2040년 전후 은퇴할 예정이라면 TDF 2040이 적합한 상품이라는 의미다. 정 본부장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는 TDF 가입을 제도화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선택하는 방법도 좋다”고 조언했다.
라이프·은퇴 정보 서비스 업체 아이랩에 따르면 전체 TDF 중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TDF알아서ETF포커스’였다. 2030(18.40%), 2035(19.74%), 2040(21.39%) 등의 빈티지에서 1위(지난달 29일 기준)에 올랐다.
최근엔 무료로 추천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는 증권사도 늘었다. 연금 전문가들이 매달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안내해준다.
과세이연 효과로 투자 효율 극대화퇴직연금 계좌를 활용하면 절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개인의 노후 자산 적립을 유도하고자 연금저축 계좌와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납입하는 금액에 비례해 연말정산에서 세액을 공제해준다. 연금저축과 IRP를 합해 1년에 최대 9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단 연금저축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는 600만원까지다. 절세 혜택을 최대로 누리려면 연금저축 계좌에 600만원과 IRP 계좌에 300만원을 넣거나 IRP 계좌에 900만원을 납입하면 된다.
세액공제율은 소득에 따라 다르다. 종합소득이 연 45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연 5500만원)보다 적은 사람에게는 16.5%, 그보다 많은 사람에게는 13.2% 세액공제율이 적용된다. 1년에 최대 148만5000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구조다.
과세이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주식 계좌에서는 해외 투자 ETF의 매매차익과 분배금에 15.4%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연금저축 계좌와 IRP 계좌에서는 수익이 나더라도 연금을 인출할 때까지 과세하지 않는다. 세금을 내는 대신 수익을 고스란히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운용 기간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쳐서 과세하는 것도 세제상 유리한 점이다.
최만수/나수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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