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서클…美 새내기주에 꽂힌 서학개미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30대 오모 씨는 가상화폐거래소 ‘불리쉬(티커 BLSH)’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맞춰 투자하려고 지난 14일 새벽까지 밤을 지새웠다. 오 씨는 “한 주라도 더 사기 위해 10달러 단위로 예약 매수를 걸었는데, 결국 70달러(15일 종가는 69.54달러)에 거래가 체결됐다”며 “피터 틸 팰런티어 회장이 투자한 기업이라고 하니 주가가 많이 뛸 것 같다”고 전했다.
서학개미의 투자심리가 미국 새내기주로 쏠리고 있다. 서클, 피그마 등 상장 직후 주가가 2~3배씩 치솟은 종목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어서다. 테슬라, 엔비디아 등 빅테크주에 투심이 몰리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다만 높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새내기주 특성상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1~15일)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피그마였다. 이 기간 총 1억6569만달러(약 230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미국의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피그마는 지난달 31일 뉴욕증시에 상장된 새내기주다. 상장하자마자 서학개미의 최선호주가 된 셈이다.
지난 6월 5일 나스닥 시장에 데뷔한 스테이블코인 발행기업 서클에도 대규모 매수세가 몰렸다. 상장 이후부터 이달 15일까지 총 7억713만달러(약 9829억원)가 순유입됐다. 두 달여 간 1조원 가까운 서학개미 자금을 빨아들이며 해당 기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 1위에 올랐다. 세계에서 이더리움을 가장 많이 보유한 가상자산 채굴업체인 비트마인도 총 3억5682만달러(약 4959억원)어치 순매수됐다. 지난 6월 6일 아메리칸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현재까지 서학개미 순매수 2위를 기록 중이다.
서학개미가 미국 새내기주에 과감히 베팅하는 이유로는 ‘높은 수익률’이 먼저 꼽힌다. 상장 후 공모가 대비 곱절에 달하는 수준까지 주가가 뛰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공모가가 31달러에 불과했던 서클의 15일 종가는 149.26달러. 두 달이 좀 넘는 기간 동안 381.4% 상승했다. 보름 전 상장한 피그마의 15일 종가도 공모가(33달러)보다 140.6% 높은 79.42달러다. 3월 나스닥에서 거래가 개시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업체 코어위브, 그리고 수일 전 상장한 불리쉬의 주가도 공모가 대비 각각 149.9%, 87.9% 뛰었다.
◇“변동성 커 유의해야” 지적도미국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며 주가가 전반적으로 비싸졌다는 점도 새내기주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란 평가다. 이미 주가가 많이 뛴 대형주를 사느니 갓 상장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종목을 매수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일단 상장이 되면 시초가를 뛰어넘는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이란 공감대가 서학개미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상장 첫날 시초가의 2배 가까이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불리쉬는 상장 첫날 공모가(37달러)의 2배 이상인 9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는데 장중 118달러까지 오르며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피그마도 상장한 날 시초가 85달러에서 출발해 11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24.63달러까지 치솟았다. 주당 69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서클도 상장 첫날 장중 103.75달러를 찍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주식이 비싸지자 조금이라도 싸게 살 가능성이 있는 새내기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이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청약 열풍이 뜨거워진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고점에 물릴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상장 후 투자 수요가 집중되면서 주가가 급등할 수 있지만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빠지면 급락하기 일쑤여서다. 피그마는 상장 다음날인 이달 1일 122달러까지 올랐지만 15일 주가는 80달러를 밑돌았다. 이날 기준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계좌를 연동한 피그마 국내 투자자 5646명의 평균 수익률은 -20.45%인 것으로 집계됐다. 6월 말께 260달러선을 돌파했던 서클 주가도 현재 140~150달러대다.
양지윤 기자
-
등록일 08.17
-
등록일 08.17
-
등록일 08.17
-
등록일 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