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급락=저가매수’ 공식 깨졌다...개미 투매에 롤러코스터 탄 증시
6일 장중 증시가 급락한 것은 국내 증시 수급이 붕괴 직전까지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급락 때마다 ‘구원 투수’로 나섰던 개인 투자자마저 이날 투매 물량을 내던지면서 증시를 끌어내렸다. ‘급락 때 저가 매수한 뒤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수익이 난다’는 믿음이 깨졌다. 국내 경기가 둔화 국면으로 진입한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극대화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서둘러 자금을 빼고 있다. 개인의 펀드 환매 러시로 기관 투자가도 증시를 받쳐줄 동력을 잃었다. 정치 상황에 따라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극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급락=저가매수’ 공식 깨졌다이날 코스닥지수는 1.43% 하락한 661.33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96% 급락한 644.39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치를 다시 썼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 등 탄핵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증시도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1.81% 하락한 2397.73까지 내려앉으며 2400선을 내줬다.
이날 개인의 투매 물량이 증시를 끌어내렸다. 그동안 국내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개인투자자는 적극적으로 저가매수에 나서왔다. 코로나19 당시의 경험으로 증시 하락을 유발한 특정 악재가 해소되고 나면 다시 반등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장중 코스닥지수가 4% 가까이 급락하는데도 개미는 저가매수하는 대신 손절 매물을 내던지기 바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78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750억원을 내다 팔았다. ‘증시 급락=개인 저가매수’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가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8260억원, 1420억원씩 순매수하며 개미의 투매물량을 받아준 흔치않은 상황이 연출됐다.
개인이 투매를 쏟아낸 것은 국내 정치적 상황의 불확실성이 극대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처럼 증시의 불확실성이 극대화할 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높은 주식이 가장 취약하기 때문에 개인이 보유하고 있던 코스닥 상장종목 위주로 매물이 튀어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붕괴된 수급…휘청이는 증시본질적으로는 비어버리다시피 한 국내 증시의 수급 상황이 증시 부담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 들어 외국인은 약 18조원을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는 신고가를 거듭하고 있는 미 증시로 대거 떠났다. 개인의 펀드 환매가 이어지며 기관의 총알도 바닥난 상태다.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8월 19조5100억원에서 지난 4일 16조3800억원으로16% 급감했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들도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그동안 국내 증시 수급이 워낙 비어있다시피 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지자 개인의 투매를 시장이 그대로 흡수하며 무너졌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 때와 달리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되더라도 증시가 쉽사리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논의가 본격화된 2016년 10월 25일부터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을 결정한 2017년 3월 10일까지 코스피지수는 3.25% 상승했다. 2017년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던 국면이지만 최근 한국 수출은 둔화 국면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10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평균적으로 미국의 첫 금리 인하 시작 후 9개월 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만큼 국내 수출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등 주요 수출기업의 실적 둔화, 달러당 1400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등 악재가 많은만큼 아직은 하방이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미/조아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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