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운용, 베트남서 홀로서기 나섰다…드래곤캐피탈과 결별
KB자산운용이 베트남 최대 운용사 드래곤캐피탈과의 공모펀드 위탁 운용 계약을 끝내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동안 베트남 시장에서 자체 운용 역량을 강화한 만큼, 독자 운용 체제로 전환해도 충분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난달부터 액티브형 베트남 투자 펀드인 'KB베트남포커스'를 직접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 펀드는 베트남 주식시장 상장사나 기업공개(IPO) 확정 기업 등에 투자한다. 유틸리티·건설·무역 등 베트남에서 성장 잠재력과 안정성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된다.
그동안 KB자산운용은 이 펀드의 운용을 드래곤캐피탈에 맡겨왔다. 1994년 설립된 드래곤캐피탈은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운용사로, 61억달러(약 8조5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KB자산운용은 베트남 진출 초기 현지 시장에 정통한 드래곤캐피탈에 펀드의 운용을 맡기는 전략을 취했었다. 또 다른 베트남 펀드 'KB스타베트남VN30'은 단순 지수 추종인 인덱스형 상품인 만큼, 위탁하지 않았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드래곤캐피탈과의 계약을 끝내고) 올해 10월부터 (베트남) 현지 인력을 채용해 본사와 공동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은 베트남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도 현지 운용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홍콩 자산운용사 갬 홍콩 리미티드와 중국 대형 운용사 하베스트·보세라자산운용에 중국 투자 펀드의 포트폴리오 일부를 위탁했는데, 그 비중도 꾸준히 낮추고 있다.
KB자산운용이 해외 시장에서의 자체 운용 역량이 강화됐다고 판단, 본사의 직접 운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자산운용은 2019년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현지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곳에 본사 펀드매니저를 파견해 리서치와 운용 역량을 키워왔다. 중국에서도 2018년 상해법인을 설립한 후 현지 운용사에 대한 위탁 물량을 꾸준히 줄여왔다.
다른 운용사들은 이미 해외에 법인과 사무소를 열고 공모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본사에서 해외법인에 펀드 물량을 위탁하고 있다. 대형사 중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현지 운용사에 일부 펀드를 위탁 운용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법인을 설립하면 라이선스 취득부터 현지 운용·관리 인력 채용, 임대료 등 사업 전반에 대규모 고정비가 들어간다. 반면 현지 운용사에 위탁하는 경우 보수의 일정 비율을 나누는 변동비가 발생한다. 이 같은 비용 구조의 차이가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신흥국 진출 초기에 현지 운용사에 펀드 물량을 맡기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성장하는 시장에서 회사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리서치와 운용 역량을 강화해 결국 독자 운용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법인 설립은 대규모 자본 투자가 들어가는 만큼 펀드 규모가 작다면 고정비 부담을 상쇄할 수 없어 위탁 운용 방식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위탁 운용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분담률을 감안하면, 펀드 규모가 고정비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커졌을 때 해외법인을 설립해 규모의 경제를 누리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타깃데이트펀드나 중국 공모펀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능하면 직접 운용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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