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기회달라" 했지만…티메프 입찰 아무도 참여 안 했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티몬·위메프(티메프)가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매수권자 선정을 위한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티메프 우발채무에 대한 매수자들의 우려가 커 매각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이 지난 18일까지 티메프 인수희망자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은 결과 이를 제출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 과정에서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11일 조인철 티메프 법정관리인이 티메프의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 위해 EY한영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달라는 용역 계약 체결을 허가했다. 이에 매각 주관사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티메프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스토킹호스 방식은 일단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상태에서 공개경쟁 입찰을 병행,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인수자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매각에 관심을 보인 업체도 있었는데, 인수 가격이 너무 높다고 판단해 결국 LOI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신용에 기반한 사업을 하고 있는 티메프가 이를 잃었고, 우발채무 우려와 시장에 미치는 파장 등이 크기 때문에 함부로 고액을 들여 인수에 나서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매수권자가 나타나지 않은 만큼, 공개입찰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개입찰에서도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파산 절차가 진행되는데 '파산기업' 낙인이 찍히면 향후 매수자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앞서 티메프는 지난 9월 법원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한 5만5000여 명의 채권자 목록을 제출했다. 채권자 수는 티몬이 2만438명(9638억원), 위메프가 3만4000여 명(3793억원)이다. 이처럼 티메프 사태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법원의 재량으로 우선매수권자 선정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이진 않지만 법원의 판단에 따라 우선매수권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입찰 기간을 더 줄 수도 있다"며 "현재 티메프 사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법원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티몬·위메프 경영진은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불구속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