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 받으려다 영업비밀 유출될라…기업들 "안전장치 마련해야"
내년부터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하는 정부가 제품별 생산원가와 판매가격 등 민감한 영업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자료요구권’을 도입할 방침이다. 세액공제 규모를 확정하려면 기업의 생산 정보 파악이 불가피한 건 사실이지만,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자료의 접근·보관·사용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재정경제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운영하기 위해 재경부 장관의 자료요구권을 신설한다. 국내생산세액공제는 반도체와 2차전지, 태양광, 풍력, 핵심소재, 인공지능(AI) 로봇 부품 등 6대 전략산업 제품을 생산한 만큼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세액공제액은 ‘생산량×기준공제액’으로 산출한다. 정부는 기준공제액을 파악하기 위해 6대 전략산업 생산·판매 기업을 대상으로 생산비용과 판매가격 등 자료를 요구할 권한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자료요구권에는 ‘그 밖에 필요한 자료’라는 조항이 포함됐다. 기업 측은 이 조항이 고객사별 계약서와 할인 조건 등 민감한 정보까지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정부가 배터리 업체에 제품별 원가와 판매량은 물론 완성차 업체별 납품가격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감한 영업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면 향후 납품가격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불만이다.
이를 반영해 개정안은 기업이 제출한 자료 가운데 경제안보와 제도 운용, 기업 비밀에 관한 사항은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비공개’ 원칙만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감사나 감사 과정에서 자료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자료를 볼 수 있는 담당자 범위, 보관·폐기 기한, 세액공제 외 목적의 활용 여부 등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도 기업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확보한 자료를 가격 동향 점검 등에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는 미국은 한국보다 자료 요구 범위가 좁고, 보호장치는 엄격하다.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업무상 필요한 미 국세청 직원만 자료를 열람하고, 관련 장부와 증빙도 세법 집행에 필요한 기간에만 보관하도록 의무화했다.
산업계에서는 하위법령에 자료 접근권자와 보관 기간, 목적 외 사용 금지, 위반 시 제재를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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