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넣으면 月 700만원씩 따박따박"…대박인 줄 알았더니

퇴직 날짜가 다가오면 직장인의 달력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월급날'이다. 매달 같은 날 꼬박꼬박 들어오던 급여는 끊기지만 관리비와 식비, 보험료는 그대로 나간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어떻게 메울지가 은퇴 이후 자산관리의 첫 과제가 되는 이유다.
이런 고민 때문에 은퇴를 앞둔 투자자들 사이에서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TF를 조금씩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는 대신 매달 지급되는 분배금을 연금 인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월배당 ETF는 '얼마나 많이 주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받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분배금뿐 아니라 자산이 얼마나 유지되고 불어나는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월분배금만 보면 놓친다…연금자산 수익률도 따져야월배당 ETF를 고를 때는 분배율과 수익률을 함께 살펴야 한다. 분배율은 투자금 대비 얼마나 많은 현금을 지급했는지를, 수익률은 같은 기간 자산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연금계좌에 3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매달 100만원의 생활비가 더 필요하다면 연간 1200만원, 투자금의 약 4%를 인출해야 한다. 연 4% 수준의 분배금이 꾸준히 지급된다면 필요한 생활비는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산 가치가 계속 줄어든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인출 여력도 함께 감소한다.

수익률이 높고 분배율이 낮은 ETF는 당장 들어오는 현금은 적지만 장기적으로 자산을 키우는 데 유리하다. 8일 ETF체크에 따르면 연금계좌에서 투자 가능한 월배당 ETF 가운데 최근 1년 수익률 1위인 RISE코리아밸류업은 145.28%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분배율은 1.10%에 그쳤다. 현재 가격 기준으로 1억원을 투자했다면 최근 1년 동안 받은 분배금은 월평균 약 9만원 수준이다. 생활비가 더 필요하다면 일부를 매도해야 하지만 자산이 크게 늘어난 만큼 이후 인출 여력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분배율이 높더라도 수익률이 낮으면 장기적으로 자산이 줄어들 수 있다. 최근 1년 분배율 1위인 SOL 팔란티어커버드콜OTM채권혼합은 분배율이 28.14%에 달했지만 수익률은 -3.29%였다. 높은 분배금을 받았더라도 ETF 가격 하락으로 전체 자산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분배금은 '공짜 수익'이 아니다. ETF가 벌어들인 배당과 이자, 옵션 프리미엄 등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구조인 만큼 분배금이 지급되면 그만큼 순자산가치(NAV)에도 반영된다.
고분배 ETF, 분배금 재원도 따져야고분배 ETF일수록 분배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월배당 ETF는 주식 배당이나 채권 이자, 리츠 배당 등을 재원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이보다 높은 분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별도의 운용 전략을 사용하는 상품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커버드콜 ETF다.
실제로 최근 1년 분배율 상위권은 커버드콜 ETF가 대부분 차지했다. ETF체크에 따르면 SOL 팔란티어커버드콜OTM채권혼합(28.14%)이 1위였고, SOL 팔란티어미국국채커버드콜혼합(24.34%), PLUS 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23.50%),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22.44%), KODEX 미국나스닥100데일리커버드콜OTM(21.67%) 등이 뒤를 이었다.
커버드콜 전략은 보유 주식에 대해 콜옵션을 매도해 받은 프리미엄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꾸준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지만 주가가 크게 오를 경우 상승 수익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때도 옵션 프리미엄만으로 손실을 모두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퇴 투자자는 월배당 ETF에서 얼마를 받느냐보다 분배금을 지급한 뒤에도 연금자산이 얼마나 유지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생활비 규모에 맞춰 분배율과 수익률, 분배금의 재원까지 함께 비교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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