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끝나면 방산주 끝?…"군비경쟁 속도 붙는다" [인터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무기 수요 줄어든다고요? 자주국방 기조가 강해져 무기 구매가 오히려 늘어날 겁니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전략사업부문장(사진)은 지난 11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며 글로벌 방산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질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경찰' 미국 사라지면 자주 국방 기조 확산 전망"'트럼프 트레이드'로 국내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4만전자'로 추락한 것을 비롯해 반도체·2차전지 등 국내 증시를 이끈 주도주가 모두 힘을 잃은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1400원을 돌파하는 등 투자 환경이 위축된 탓이다. 방산주는 폭락 소용돌이에서 한 발 비켜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주가가 오른 종목도 있다. 방산주는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최 부문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글로벌 경찰 국가' 역할을 내려놓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주국방의 중요성은 훨씬 강조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방위비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에선 우파들이 득세하고 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스트롱맨'도 건재하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 규모는 2조2400억달러(약 315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군사비 지출액은 2028년까지 5년간 연평균 3.5% 성장해 2028년에는 2조7000억달러(약 379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일각에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무기 수요가 줄어들까 우려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취임 후 24시간 내 전쟁을 끝낼 것"이라며 강조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 옆에 얼굴을 찡그리고 서 있는 사진 위에 "용돈을 잃기까지 38일 남았을 때의 모습"이라고 적힌 밈을 공유했다.
하지만 최 부문장은 러·우 전쟁이 끝나면 방위비 증가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봤다. '누구도 나라를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최 부문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재선할 수 없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상·하원도 공화당을 장악해 트럼프 견제 세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상황 그대로 전쟁을 끝내길 원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종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 크름 반도를 점령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영토를 내주더라도 미국의 경제 지원을 포기할 수 없어 전쟁을 끝낼 것이란 주장이다.
방산 업체의 주가도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비이성적인 수급이 몰려 급등했던 테마주와 달리 방산주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또 방산업 특성상 무기를 도입하면 대체하기 힘들고, 무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도 수주할 가능성이 커 성장동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운용은 글로벌 방산 업체에 주목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 비율을 높이면 역내 방산 업체가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과거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NATO의 목표치인 GDP 대비 2%에 대해 “2%는 세기의 도둑질이며, 3%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부문장은 "현재 NATO 회원국의 GDP 대비 방위비 지출 비율은 1%대"라며 "이 비율이 3%까지 높아지면 유럽 방산 시장 규모는 2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세계대전, 냉전 후 유럽의 방산 업체는 통·폐합돼 실제 시장에 몸담은 플레이어는 많지 않다"며 "유럽 업체가 소화하지 못하는 재래식 무기 수요는 한국 업체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방산 플레이어 많지 않아…소수 업체에 수주 집중될 것"아울러 최 부문장은 "6·25 전쟁 당시에도 국군은 휴전을 원하지 않았지만, 긴 전쟁에 지친 연합군은 휴전을 원했고, 그렇게 됐다"며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우크라이나 인접 국가는 러시아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방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웃 나라와 갈등을 빚고 있는 곳도 무기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한화운용은 지난 12일 'PLUS 글로벌방산' ETF를 출시했다. 상장 후 사흘간 코스피는 4.46%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PLUS 글로벌방산은 0.4% 오르며 선방했다. 구성 종목은 록히드 마틴, RTX, 제너럴 다이내믹스, 노스롭그루만, L3해리스테크놀로지와 같은 미국 대표 방산 기업 5종목, 그리고 BAE 시스템즈, 라인메탈, 탈레스, 레오나르도, 사브 등 유럽 대표 방산 기업 5종목 등 총 10종목으로 각각 10% 동일가중 방식으로 투자한다.
이 상품에 대해 최 부문장은 "방산 매출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보잉처럼 비중이 낮은 종목은 제외했다"며 "현재 방산주 주가가 많이 올라 투자하기 부담스러울 순 있지만, 성장세를 고려하면 '오버슈팅'(단기 급등)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글로벌방산과 K방산을 함께 투자하면 방산 시장 성장을 모두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문장은 '여의도 밀리터리맨'으로 불린다. 일찌감치 방위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내 1호 방산 ETF, ARIRANG(현 PLUS) K방산을 적극 홍보하면서다. 그는 학군장교(ROTC) 33기로 임관해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근무했다. 군 제대 후 한화증권에 입사했다. 2021년 증권에서 한화운용으로 옮겼다. 싱크탱크 '플라자 프로젝트'에 합류해 전문가와 함께 국내 정치·외교·국방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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