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행 떠난 ELS, 증권사서 부활…"삼전닉스 폭락 안하면 高수익"
증권가에선 2024년 ‘홍콩 H지수 사태’를 계기로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의 토양이 재편됐다고 평가한다. 그 이전까지는 ‘ELS는 안전한 상품’이란 마케팅으로 은행권이 공격적으로 판매에 나섰지만, 지금은 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활용해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수익을 올리려는 증권사 고객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공모 판매 비중 급증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증권사가 발행한 ELS는 총 16조9876억원 규모다. 연말까지 남은 시간을 감안하면 지난해 발행액(21조8156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H지수 사태 이전까지 ELS는 사실상 증권사가 발행하고, 은행이 판매하는 상품이었다. 2023년 은행에서 신탁 형식으로 판매된 ELS는 22조13억원어치로, 전체 ELS 발행량(30조6923억원)의 71%에 달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에서 증권사 담당자에게 희망하는 조건을 제시하면 증권사들이 이에 맞춰 상품을 설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금융당국 조치에 따라 은행권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별도 창구를 갖춘 오프라인 점포로 제한하자 ELS는 증권사 고객 중심 상품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2023년 18.9%에 불과하던 증권사 공모 판매 비중은 지난달 말 59.5%로 급증했다. 증권사 ELS 고객의 약 90%가 온라인을 통해 직접 가입한 점을 고려하면 과거 문제가 된 은행 고객의 불완전판매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상품 구조 다변화…“하방 위험은 여전”투자 이해도가 높은 증권사 고객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자 ELS 구조와 조건은 한층 다양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개별 종목형 상품의 급부상이다. H지수 사태 이전인 2023년만 해도 전체 ELS 발행액의 90.54%(27조7908억원)를 지수형 상품이 차지했다. 올 들어 지수형 상품 비중은 60%대로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지수형 상품은 종목형 상품보다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작다. 그만큼 약정 수익률이 낮고, 조기 상환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지수형 상품이 줄고, 종목형 상품이 늘어난 건 결국 ELS가 ‘예금 경쟁자’에서 ‘주식투자 대안’으로 변화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다양한 투자 수요에 발맞춘 이색 상품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초 업계 최초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계좌로 매수할 수 있는 ELS를 출시했다. 지난달 내놓은 75호 상품은 녹인 조건 없이 운용되고, 만기 상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원금의 99%가 지급되도록 설계했다. 매달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는 월 지급식 상품과 추가 조기 상환 기회를 제공하는 리자드형 상품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ELS가 ‘여전히 상방은 막혀 있고, 하방은 뚫려 있는 상품’이라는 본질을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증권사가 해당 자산의 극단적인 변동성과 리스크를 구조화해 코스피200 등 복수의 주가지수와 연계된 지수형 상품의 경우 연 20%,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와 연계된 종목형 상품은 연 30~40%대 쿠폰을 제공하지만, H지수 사태처럼 해당 자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 원금을 크게 까먹을 수 있다.
김정혁 메리츠증권 파생상품팀장은 “ELS는 상승장에서 최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아니라 상승 가능성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하방 위험을 완화하는 구조의 상품”이라며 “지금처럼 방향성이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ELS는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보다 상방과 하방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ELS 수익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는 점도 투자자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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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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