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80% 폭등했는데…"폭탄 언제 터질지 몰라" 경고 [종목+]
'정치인 테마주'가 무더기로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들 테마주는 최근 3거래일 간 거래량과 회전율(상장주식수 대비 거래된 주식수)도 최상위권이다. 증권가에서는 급등락 사유가 뚜렷하지 않은 기업에는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3거래일 동안 코스닥 상장사 형지I&C는 79.46% 급등했다. 이 기간 전체 상장사들 가운데 상승률 1위다. 해당 기간 형지글로벌(68.93%)과 KD(63.6%), 오리엔트정공(41.02%), 오리엔트바이오(37.38%), 형지엘리트(37.38%), 제이준코스메틱(35.29%), 이스타코(29.73%) 등도 급등했다.
기간 합계로 보면 모두 크게 올랐지만, 사흘째인 28일에는 종목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형지글로벌은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오리엔트정공과 오리엔트바이오는 10%대 급락했다.
주가가 크게 요동친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2심서 무죄가 선고되면서다. 지난 26일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난 날이다. 서울고법은 이 대표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의류 제조와 도소매 등이 주력사업인 형지I&C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발표한 무상교육 정책의 수혜주로 꼽혀왔다. 형지그룹주는 같은 이유로 묶였다.
오리엔트정공과 오리엔트바이오는 같은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의 공장에서 과거 이재명 대표가 청소년 시절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관련주가 됐다. 이 대표는 앞선 2017년 1월 이 공장에서 생애 첫 대선(19대)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부품생산 기업 오리엔트정공과 생물소재 기업 오리엔트바이오는 오리엔트시계와 같은 오리엔트그룹 산하 기업일 뿐, 이 대표와는 연관이 없다.
이스타코는 부동산 매매업과 임대업을 하는 회사다. 이 대표가 20대 대선에서 장기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부동산 정책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관련주에 편입됐다.
일명 '이재명 테마주'가 된 이들 종목은 거래량도 압도적이었다. 오리엔트바이오(9183만주)과 형지I&C(8565만주), 오리엔트정공(8204만주) 등이 산불 관련주들에 이어서 최근 사흘간 거래량 4~6위를 기록했다.
특히 회전율 측면에서도 이들 정치 테마주가 최상위권에 있다. 주식 수가 많지 않은 중소형주에서 빠르게 손바뀜이 일어날 때 회전율이 높아진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28일 전 상장사 가운데 회전율이 가장 높은 주식은 형지I&C였다.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주식을 구입한 뒤 바로 되파는 '단타 매매'가 활발하단 의미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의 위험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충분한 정보와 분석을 바탕으로 '이유 있는 주가 흐름'을 보이는 종목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정치 테마주들의 단타 거래가 활발하다는 건 짧은 시간 내 주가 변동이 크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인지하고 있단 의미이기도 하다"며 "주가 급등락 사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정치 테마주들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뉴스를 보고 '나는 아니겠지' 하는 심리로 정치 테마주에 진입하는데, 순식간에 큰 손실(폭탄)을 떠안을 수 있단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누구나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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