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극찬했는데"…현대제철 투자 발표 후 밀린 주가, 전망은? [종목+]
현대제철이 미국에 약 8조500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용 강판 제철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뒤 자동차 업종 주가가 상승세를 탔지만, 정작 계열사 중 가장 먼저 투자계획 실행에 나선 현대제철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제철은 2만7350원에 거래를 마쳐 이번주 들어 5.03% 하락했다.
특히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투자해 2029년 1분기까지 자동차용 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5일 개장 전 공시한 후 2거래일 동안 주가는 7.29% 밀렸다. 26일은 작년도 배당을 받기 위해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지만, 주가가 힘을 내지 못했다. 27일은 배당락일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제철과 달리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주 들어 각각 8.29%와 5.96% 올랐다.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24일(현지시간) 정 회장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향후 4년간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는 위대한 기업”이라며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화답한 덕이다. 현대차와 기아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7.13%), HL만도(6.33%), 서연이화(7.15%) 등 자동차 부품주도 강세였다.
투자 계획을 가장 먼저 현실화한 현대제철의 주가 하락 배경으로는 투자 재원에 대한 재무부담 우려가 지목된다. 현대제철은 미국 제철소의 자본구조를 자기자본 50%와 외부차입 50%로 검토 중이라며 현대차그룹 및 기타 투자자와의 지분 출자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제철은 미국 제철소에 출자될 자기자본 중 현대차그룹의 몫은 절반을 소폭 상향하는 수준이며 유상증자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지분 출자의 세부 비율과 내용이 결정되지 않아 기업가치가 대략 11조원인 현대제철의 투자자 관점에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되기에 주가가 하락했다”며 “2000년대의 고로 투자의 재무부담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걸 고려했을 때 주가가 하락한 시장의 반응은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제철소를 운영해 돈을 제대로 벌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철강 업황과 미국 제철소의 높은 투자비 대비 낮은 수익성이 우려됐다”며 “현대제철이 미국에 구축할 직접환원철(DRI)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용 강판에 대한 시장의 확신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용 강판은 무게가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아야 하기에 철강업체가 생산하는 철강제품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군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DRI 방식이 기존 고로(용광로) 방식과 달라 품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로에는 철광석과 석탄을 섞어 넣어 연소시키지만, DRI 방식은 천연가스를 이용해 탄소 배출 없이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낸다.
이틀간 주가 하락과는 달리 증권가에선 대체로 현대제철의 미국 진출의 성과가 기대된다는 평가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투자로 현대제철은 미국 내 현대차그룹 공장으로 판매되는 자동차 강판에 대한 관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짐과 동시에 새로운 수요처 확보도 기대된다”며 “그동안 줄곧 문제로 지적돼왔던 외형 성장 부재를 해결한다는 점, 장기적으로는 탈탄소 체제로 전환을 위한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국 제철소 투자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현대제철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린 이유진 연구원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극화된 시대에서 현지 생산은 유의미한 투자”라고 평가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
등록일 03:10
-
등록일 03.29
-
등록일 03.29
-
등록일 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