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비상계엄 유탄에 사업구조 재편 '안갯속'
10일 한국거래소는 두산에너빌리의 합병 철회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공시 시한은 이날 오후 6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합병 철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며 합병 철회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 오전 11시10분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1만7370원으로 한 달 전인 11월8일(2만1450원) 대비 19.0% 하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직후부터 내림세를 이어오고 있다. 계엄 발표 전인 3일 종가는 2만1150원이었으나 4일 10.2% 빠진 1만9000원을 기록하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 하락으로 두산그룹의 비상이 걸렸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매수 예정가격(2만890원)을 밑돌면서 국민연금과 일부 주주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권리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이 예상보다 늘어나면 그만큼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도 커진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안건이 주주 총회에서 결의된 경우,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되 사 줄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회사는 반드시 해당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핵심은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매수권청구권 한도로 6000억원을 제시했다.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6000억원이 넘을 경우 분할합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6억4056만1146주)의 4.48%(2872만1876주)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식매수청구 총액이 기준에 도달한다고 무조건 합병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고려해 자금을 투입하고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다.
시장에선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재편 자체를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000억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분할합병 성공 시 가스터빈,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성장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이다.
앞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지난 10월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비영업자산을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원전, 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사업재편 취지를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이라는 돌발변수는 두산도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었을 것"이라면서도 "대표적인 정책 수혜주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단숨에 주식매수청구권 기준 금액 이상으로 오르긴 어려워 보여 합병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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