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탐험]②SK스퀘어, 20년 전 ‘소버린 트라우마’ 재현될까
SK스퀘어 CI.
[인포스탁데일리=박정도 전문기자] 글로벌 행동주의펀드가 SK스퀘어 지분을 취득하면서 과거 SK그룹이 20여년 전 헤지펀드와 벌인 다툼이 회자되고 있다. SK그룹 지주사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정도로 적잖은 충격을 안긴 사례로 꼽힌다. 행동주의펀드의 SK스퀘어 지분 매입을 두고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과거와 유사한 사태가 재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글로벌 자본시장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팔라이저캐피탈(Palliser capital)은 SK스퀘어의 지분 1%를 취득했다. 팔라이저캐피탈은 투자은행(IB) 전문가 제임스 스미스가 2021년에 설립한 회사로 알려졌다. 제임스 스미스는 과거 또 다른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에 근무한 인물로 전해졌다. 2015년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인 인물이 제임스 스미스다.
과거 대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주창한 인물이 차린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등장에 시장은 술렁이는 분위기다. 또 그 타깃이 SK그룹 계열사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SK그룹은 외국계 펀드에 심각한 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어서다.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은 SK그룹 지주사인 SK㈜ 지분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삽시간에 지분율을 14.99%까지 불린 소버린은 SK㈜의 최대주주에까지 올랐다. SK그룹의 직접 보유지분이 13%에 불과한 점을 파고든 셈이다. 특히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이 1%에 그친 점이 취약점으로 고스란히 작용했다.
소버린의 이후 행보는 거침 없었다. △사외이사 추천 △자산 매각 △주주 배당 등을 요구하며 SK그룹을 압박했다. 특히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너 일가의 경영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라 국내 자본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최 회장과 SK그룹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글로벌 헤지펀드와의 낯선 경영권 다툼에 허겁지겁 지분 매입에 나섰다. 동시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SK그룹 측은 1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야 했다. 2003년 3월 6000원 수준에 불과했던 주가가 경영권 다툼을 겪으며 5만원대까지 치솟은 탓이다. 지분율 확보가 시급했던 SK그룹 측은 막대한 유동성을 지출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싸움은 SK그룹 측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긴, 국내 자본시장에는 적잖은 굴욕을 안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SK그룹 측이 경영권 방어에 조 단위 돈을 쓴 반면 글로벌 헤지펀드는 약 1조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20여년 전 소버린은 SK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며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SK㈜를 전략적으로 공략한 덕에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고 말했다.
소버린이 지분 매입을 본격화한 2003년, SK그룹은 SK C&C → SK㈜ → SK텔레콤 → SK C&C, SK C&C → SK㈜ → SK네트웍스 → SK C&C로 이어지는 두 개의 출자구조를 보유하고 있었다. 최 회장이 SK C&C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소버린은 순환출자 구조의 허리격인 SK㈜를 공략한 셈이다.
그는 이어 “이번 팔라이저캐피탈의 SK스퀘어 지분 매입에 어떤 전개가 이루어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며 “최근 여러 이슈가 파생되는 SK그룹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고 덧붙였다.
박정도 전문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