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⑭한숨 돌렸다…공개매수 절차 중지 2차 가처분도 기각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오른쪽). 사진=각사.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법원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또 한 번 기각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의 일격이 가로막혔다. 최윤범 회장을 필두로 한 고려아연 측은 한숨 돌리게 됐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자사주 매입을 위한 공개매수에 속도를 내 걸로 보인다. 지분 확보를 위한 다툼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2일 기각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앞서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공개매수 기간(올 9월 13일~10월 4일)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게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했다. 기각되자 다시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1차 가처분 때의 쟁점은 ‘법적 고려아연의 지위’였다. ‘자본시장법상 고려아연은 영풍의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는 특수관계인’인지의 여부가 핵심이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회사의 특수관계자가 공개매수 기간 동안 공개매수가 아닌 방법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이 공정거래법상 영풍의 계열사이며, 영풍과 지분 관계가 있는 점 등을 강조한 걸로 알려졌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최윤범 회장 일가와 영풍 일가가 과거 상호 협력한 건 맞지만 그 관계가 현재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점 등으로 맞선 걸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며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줬다.

2차 가처분 신청에서의 쟁점은 1차 때와 달랐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업무상 배임’과 ‘자사주 매입 규모를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지’ 등을 파고들었다.

배임은 최 회장 측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또 고려아연의 임의적립금을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을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가처분 신청의 기각이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며 분위기를 가져왔었다”며 “하지만 무리한 법적 조치로 인해 고려아연 측에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지난 14일까지 약 한 달 동안 공개매수를 진행해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기존 33.13%에서 38.47%로 올랐다. 최윤범 회장 측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법적 조치는 자칫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의도적으로 방해할 목적으로 풀이될 수 있다”며 “나아가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에 손해를 끼쳤다는 잡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최초 공개매수 가격으로 66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주가가 오르면서 83만원까지 올렸다. 고려아연 측은 89만원의 공개매수 가격을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즉, 89만원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었음에도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훼방으로 83만원에 주식을 팔게 해 손해를 끼치게 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윤서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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