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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손정의는 왜 엔비디아 던지고 오픈AI에 400억달러 배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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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s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과 손을 잡고 인공지능(AI) 역사상 최대 규모의 베팅을 완료했다. 30일(현지시간)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최근 오픈AI에 대한 투자 약정 잔금인 220억~225억 달러의 송금을 마쳤다. 지난 4월 집행된 80억 달러의 직접 출자와 공동 투자자들과 함께 조성한 100억 달러 펀딩에 이은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진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비영리 오픈AI 재단에 이어 오픈AI의 지분 10% 이상을 확보한 3대 주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닷컴 버블 붕괴와 위워크 사태로 실추됐던 소프트뱅크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시도이자, 다가올 인공지능 초지능(ASI) 시대의 패권을 쥐겠다는 손 회장 평생을 건 마지막 승부수로 해석된다.

사진=연합뉴스

"AI 생태계의 포식자"

오픈AI는 지난 10월 공익과 영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익법인(PBC)으로의 기업 구조 개편을 단행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분을 27%, 오픈AI 비영리 재단의 지분을 26%로 조정한 바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소프트뱅크가 두 자릿수 지분율을 확보하며 핵심 주주로 등극한 것은 향후 오픈AI의 경영 전략과 상장(IPO) 과정에서 손 회장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투자가 성사된 배경에는 치밀한 밸류에이션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월 오픈AI의 기업가치를 2600억 달러로 산정하고 투자를 약정했다. 그러나 불과 8개월 뒤인 10월 오픈AI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500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오픈AI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경우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4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손 회장으로서는 투자 집행이 완료되기도 전에 이미 장부상으로 막대한 평가 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는 과거 알리바바 투자로 전설을 썼던 손 회장의 ’선구안’이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손 회장은 여세를 몰아 오픈AI라는 가장 강력한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손에 넣음으로써 그동안 자신이 투자해온 수많은 AI 애플리케이션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가동할 전망이다. 

오픈AI의 기술력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보유한 로보틱스, 자율주행, 헬스케어 기업들의 두뇌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디즈니가 10억 달러를 투자해 자사 IP와 오픈AI의 영상 생성 모델 소라(Sora)를 결합하기로 한 것처럼 소프트뱅크 역시 보유한 방대한 포트폴리오 기업들과 오픈AI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이 앤스로픽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구글이 제미나이를 통해 추격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손정의는 오픈AI라는 ’가장 빠른 말’에 올라탐으로써 빅테크 경쟁의 최전선에 복귀했다는 평가다.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를 팔아 인프라를 산다" ’스타게이트’를 향한 57조 원의 배수진

투자의 재원 마련 과정도 눈길을 끈다. 손 회장의 냉혹한 승부사 기질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엔비디아 지분 58억 달러어치를 지난달 전량 매각했다.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다투며 AI 시대의 곡괭이와 삽으로 불리는 엔비디아 주식을 처분한 것에 대해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이유다.

손 회장도 "눈물을 머금고 팔았다. 사실은 한 주도 팔고 싶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 ’눈물의 매각’ 뒤에는 더 큰 그림이 숨겨져 있다. 바로 AI 인프라의 주도권이 칩(Chip)에서 데이터센터와 에너지(Power)로 넘어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소프트뱅크의 이번 투자금 중 상당 부분은 오픈AI와 오라클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미국 내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Stargate)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리고 스타게이트는 수천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슈퍼컴퓨팅 인프라 프로젝트다. 

현재의 AI 모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연산량을 감당하기 위해 더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이를 뒷받침할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손 회장은 단순히 AI 소프트웨어 회사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AI를 구동시키는 물리적 기반 시설의 주인이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 투자 완료 발표 직전 AI 인프라 전문 자산운용사인 디지털브리지(DigitalBridge)를 40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디지털브리지는 데이터센터, 타워, 광섬유 네트워크 등 디지털 인프라에 특화된 기업이다. 종합하면 소프트뱅크는 오픈AI라는 소프트웨어, 스타게이트라는 하드웨어, 그리고 디지털브리지라는 네트워크를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AI 제국을 건설하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 주식 매각이 단순한 현금 확보 차원이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칩 제조사에서 AI 서비스 및 인프라 운영사로 재편하는 전략적 리밸런싱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오픈AI가 향후 수년간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과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프트뱅크는 그 자금의 물주이자 인프라의 공급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사진=갈무리

거품론을 비웃는 100조 달러의 꿈 "특이점은 오는가"

시장 일각에서는 여전히 ’AI 거품론’을 제기한다.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 대비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손정의 회장 생각은 다르다. 이러한 비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10년간 10조 달러를 투자하면 불과 반년 만에 회수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인간의 지능을 1만 배 이상 뛰어넘는 초인공지능(ASI)이 10년 안에 도래할 것이며, 그때가 되면 지금의 투자는 헐값에 불과했다고 회고하게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보이고 있다.

손 회장의 이러한 확신은 과거 인터넷 여명기에 야후와 알리바바에 투자했을 때의 논리와 유사하다. 

그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선형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의 챗GPT가 보여주는 능력은 시작에 불과하며 데이터센터와 전력 문제가 해결되고 차세대 모델이 등장하면 전 산업의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는 것이다. 이번 400억 달러 투자는 그 특이점을 앞당기기 위한 연료 주입이다.

한편 소프트뱅크의 이번 베팅은 일본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디지털 전환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에서 소프트뱅크는 거의 유일하게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 명함을 내밀고 있는 기업이다. 그리고 손 회장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에 일본 자본을 깊숙이 침투시키는 가교 역할을 자임할 전망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오픈AI, 오라클)과의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지정학적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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