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1000억 자사주’ 전량 매각…정책 회피·단기 차익 의혹 논란

삼양라운드스퀘어 사옥 전경. 사진=삼양식품 제공
[인포스탁데일리=박상인 기자] 삼양식품(003230)의 자사주 1000억 원 전량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회사는 설비투자 재원 마련과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 재무 여력과 필요 자금 규모, 매각 시점, 매수자 구성 등을 감안하면 공식 설명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오히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이라는 정책 변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단기 차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행위였다는 의혹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 20일 자사주 7만4887주(지분율 0.99%)를 1주당 132만6875원에 처분했다. 직전 종가 대비 3.5% 할인된 가격으로 해외 기관 세 곳(비리디안·점프트레이딩·바이스)에 블록딜 형태로 넘겼으며, 총 994억 원을 확보했다. 2022년 약 68억 원에 취득했던 물량을 불과 4년도 안 돼 매각해 930억 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정작 문제는 회사가 밝힌 ‘투자 재원 확보’라는 명분이 사실상 근거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삼양식품의 보유 현금은 3129억 원이며, 내년 만기 회사채 500억 원 상환에도 여유가 있다. 단기차입금 역시 감내 가능한 수준이다.
심지어 같은 날 발표한 중국 자싱 공장 증설 공시에서 증가한 투자금은 기존 계획 대비 고작 58억 원이다. 결과적으로 ‘추가 58억 원’을 감당하기 위해 1000억 원어치 자사주를 처분했다는 셈법은 설명 가능성이 떨어진다.
매각 방식은 더 큰 의문을 낳는다. 기업들은 통상 자사주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때 할인 부담이 적고 주가 충격이 덜한 교환사채(EB)를 선호한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즉시 처분이 가능한 블록딜을 택했고, 포괄적 할인에 따른 주가 부담도 감수했다. 이는 최근 금감원이 자사주 EB 발행 심사를 강화하며 현금보유 기업의 EB 발행을 사실상 막아선 상황과 맞물린다. 시장에서는 “심사를 우회하려고 블록딜로 돌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매수자의 성격 역시 ‘중장기 투자’라는 설명을 무색하게 한다. 점프트레이딩은 고빈도매매(HFT) 기반의 프랍트레이딩 회사이며, 비리디안도 이벤트 중심 전략을 구사하는 전형적인 단기매매 펀드다. 할인받아 매입한 뒤 단기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구조로, 기업가치에 기반한 장기투자가 아니다. 실제로 블록딜 이후 삼양식품 주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정치권의 움직임과도 시점이 절묘하게 겹친다. 매각 나흘 뒤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보유분도 6개월 유예기간 후 소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소각 대상이 되기 전’ 서둘러 현금화했다는 해석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양식품의 이번 결정을 “나쁜 선례”라고 규정했다.
포럼은 “보유 자사주를 사실상 자산처럼 취급해 성장재원 조달 수단으로 삼은 것은 제도 취지 훼손”이라며 “장기투자자 대신 단기 트레이딩 펀드에게 대규모 지분을 넘긴 것은 상장기업의 책임 있는 행태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2년 당시 자사주 취득 목적을 ‘주주가치 제고·임직원 성과보상’이라고 공시한 점을 거론하며 “그 약속이 어떻게 이행됐는지 회사가 명확히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삼양식품의 자사주 매각은 외형적 설명과 달리 정책 회피, 단기 차익 실현, 심사 우회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자사주 제도 개편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이번 결정은 기업 신뢰도와 주주와의 약속 이행 여부를 둘러싼 시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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