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위험정도 높인다는데…지방은행은 절반 ‘뚝’

정부가 가계부채증가억제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개별 자산의 위험정도를 나타낸 비율) 상향을 검토 중인 반면 지방은행은 수년간 이 비율을 하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규모를 줄이려는 정부와 부동산대출 확대로 이자수익을 극대화한 지방은행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의 비이자수익 확대와 함께 시중은행이 지방에서 얻은 이자수익 일부를 지방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5개 지방은행 대출 익스포져(exposure·위험에 노출된 금액)별 BIS위험자산가중치(모든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계산한 비율)’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지방은행들의 주담대 위험가중치 평균은 18.3%다. ▲2019년 33.2% ▲2020년 30% ▲2021년 21% ▲2022년 17.1%로 해마다 하락한 비율은 2023년 바젤Ⅲ(은행자본건전성 규제) 최종안 시행 후 일시적으로 소폭 상승(18.9%)했다.
그러다 주담대 위험가중치는 지난해 18.4%로 다시 내려갔고 올해는 더 떨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위험이 커지는데도 주담대의 위험이 과소평가돼 가중치가 낮아진 건 가중치 하향을 통해 은행이 이자수익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은행 앞에 주담대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지방은행들이 기업대출과 주담대 등 전체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2019년부터 낮추고 있는 가운데 주담대 가중치가 특히 더 낮아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방은행들이 이윤(주담대 이자)을 창출하려 한 게 지방소멸을 심화시킨 원인이 되기도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평균비율이 더 많이 내려간 건 주담대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평가했느냐에 대한 것뿐 아니라 “바젤Ⅲ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래수 숙명여대 교수는 “바젤Ⅲ 도입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기엔 지방은행들의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향 추세가 너무 급격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국제결제은행(BIS)은 은행 대출 규제를 위해 바젤Ⅲ 규제책을 마련한 바 있다. 사진=셔터스톡
위험가중치 하락은 시장에 연쇄반응(은행이 감당할 주담대 위험 일시적 감소 → 위험대비를 위한 자본감소 →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대출 실행 → 은행의 대출한도 확대 → 대출심사 완화 → 중신용자대출, 대출규모증가 → 가계 빚 증가, 부동산 시장 과열 → 자산 거품 형성 → 금리 상승이나 경제 충격 발생 시 자산가격 폭락 →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 → 가계 자산건전성 악화 → 대출상환 능력감소 → 연체율 상승 → 대출수요감소 → 수익성악화 → 은행자산건전성악화 → 회수 불가능한 채권증가)을 일으킬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은행의 이자수익이 극대화돼도 장기적으론 대출 수요가 감소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지방은행과 달리 특수∙인터넷은행 8개사는 주담대 위험가중치 평균을 2020년 18.6%에서 해마다 올려 올해 3월 24.8%로 상향했다.
시중은행 7개사는 오래 전부터 지방은행보다 주담대 위험가중치가 낮고 주택대출비중이 높아 2021년 이후 최근까지 가중치가 16.8%로 동결돼 있다. 지방은행에 비해 많은 이자 수익을 얻고 있지만 지방은행처럼 주담대 규모를 줄이려는 정부 정책에 엇박자를 내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에서 남성 고객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방은행은 타 은행과 달리 주담대 모집 시 투기목적수요보다 무주택서민을 더 유인한다. 수도권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지방 위주로 영업하는데다 집 없는 서민들은 투기목적수요와는 다르게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지 않아서다. 다만 지방의 비싼 집은 대출규모가 커 이자수익도 더 많은 만큼 이런 집을 사려는 투기목적수요도 유치해야 지방은행의 이자수익 극대화에 유리하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이 같은 수요를 간과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주택경기 장기침체가 투기목적수요를 줄이고 있어 지방은행들이 주담대로 이자수익을 극대화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은행은 규제산업이라 은행 스스로 금리를 정할 수 없고 당국에서 정해주는 대로 따라야 해 정해진 틀 안에서 주담대를 최대한 늘리려고 시도해야 은행의 수익증대에 유리하다”면서도 “다만 지방은행들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주담대를 늘려봤자 지방의 집값이 하향하고 있어 대출 수요가 급증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지방은행 등 은행권이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한편 시중은행은 지방에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지방에 재투자해 지역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 교수는 “지방은행이 기업대출로 기업의 투자를 늘려 지방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이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은행을 포함한 은행들이 비이자수익을 늘리고 시중은행은 지방에서 얻은 수익의 일정부분을 해당 지역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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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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