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AI 전쟁 새 국면… KTㆍSKT, 같은 날 ’LLM 심장’ 공개 맞불

통신 산업의 AI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SK텔레콤(SKT)과 KT가 약속이라도 한 듯, 각사의 차세대 거대언어모델(LLM)을 오픈소스로 전격 공개하며 AI 패권 경쟁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인프라 투자와 전략 수립 단계를 지나, 이제는 개발자 생태계와 시장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정면승부의 서막을 올렸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오픈소스 공개’와 ’글로벌 빅테크/자체 개발 병행’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속내는 다르다. SKT는 글로벌 야망을 위한 생태계 확장에, KT는 B2B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신뢰 확산에 방점을 찍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통신 본업을 넘어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하는 생존의 기로에서, 이들의 선택은 각기 다른 철학과 생존 방식을 명확히 보여준다. SKT의 전방위적 확장, KT의 B2B 집중, LG유플러스의 B2C 혁신이라는 기존의 3색 전략 위에, ’개방’과 ’생태계’라는 공통의 화두가 더해지며 경쟁은 한층 더 복잡하고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사진=SKT
SKT ’A.X 4.0’ 공개, 자신감과 실리의 투트랙 로드맵
SKT는 3일 ’글로벌 AI 컴퍼니’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한 핵심 무기 ’에이닷엑스(A.X) 4.0’을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 ’허깅페이스’에 공개하며 기술적 자신감을 드러냈다.
AI를 ▲인프라(AI DC) ▲전환(AIX) ▲서비스로 나누는 ’AI 피라미드 2.0’ 전략의 심장을 외부에 전격 공개한 셈이다.
공개된 A.X 4.0은 720억(72B) 파라미터의 표준 모델과 70억(7B)의 경량 모델로, 현존 최고 LLM인 GPT-4o를 능가하는 한국어 능력이 강점이다. SKT 자체 테스트 결과, 한국어 능력 평가(KMMLU)에서 GPT-4o(72.5점)보다 높은 78.3점을 기록했으며, 같은 문장 처리 시 토큰 효율성도 약 33% 우위에 있어 비용 효율성이 높다.
세계적 오픈소스 모델인 알리바바의 ’큐원 2.5’를 기반으로 SKT만의 방대한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킨 실용적 소버린 AI’ 전략의 결과물이다. 밑바닥부터 개발하는 위험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한국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실용적 ’소버린 AI’ 전략의 정수다. 이 모델을 과감히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은 단순한 기술 공유를 넘어, A.X를 국내 개발 생태계의 ’사실상 표준’으로 만들어 SKT 중심의 기술 종속성을 구축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이다.
다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중국 모델 기반’이라는 우려에 대해, SKT는 "대규모 학습 전 과정을 외부 연동 없이 자체 데이터로 진행해 데이터 주권을 확보했으며 기업 내부 서버에 직접 설치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을 지원해 보안 우려를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LLM 전략은 SKT의 AI 피라미드 전반에 동력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우선 피라미드의 기반인 AI 인프라 사업은 GPU 자원을 빌려주는 GPUaaS부터 맞춤형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가장 빠른 수익을 낼 분야로 꼽힌다. 이런 가우데 중간 계층인 AI 전환(AIX)은 ’AI-RAN’처럼 통신망을 효율화하고 ’에이닷 비즈’로 B2B 수익을 창출하는 그림이 그려진 상태다. 그 최상단에는 개인 비서 ’에이닷’이 자리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A.X 4.0 공개는 SKT 중심의 ’K-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밑바닥부터 자체 개발한 ’A.X 3.0’을 고도화하는 ’프롬 스크래치’ 방식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며 기술 독립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이달 중 수학·코딩 능력이 강화된 추론형 모델 공개까지 예고하며, 2028년 AI 매출 25조 원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한 행보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밑 그림으로 여겨지는 생태계 전략 역시 ’자강(Self-Reliance)과 협력(Multi-Alliance)’ 원칙 아래 다각화되어 있다. 미국의 유망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기술을 내재화하고, 도이치텔레콤 등과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결성해 LLM 공동 개발 등 중복 투자를 방지한다. 이처럼 광범위한 동맹은 특정 기업에 대한 종속 위험을 줄이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야망을 보여준다.
사진=KT
KT ’믿음 2.0’ 개방, ’한국적 AI’로 B2B 철옹성 강화
KT 역시 같은 날 ’AICT(AI + ICT) 컴퍼니’ 비전의 기술적 근간인 LLM ’믿음(Mi:dm)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B2B, 특히 공공·금융 시장에 집중하던 기존 전략을 넘어, 국내 AI 생태계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번 공개는 KT의 전략적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KT는 그간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2조4000억원 규모 협력에 무게를 두며 독자 모델 개발에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랫동안 구축한 믿음을 사실상 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지금은 다르다. 정부의 ’소버린 AI’ 기조에 발맞춰 독자 LLM의 확산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지지부진하다’는 일부의 비판을 딛고, ’MS 협력’과 ’자체 모델 생태계 구축’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KT는 MS와 협력하며 믿음을 sLLM으로 포지셔닝해 투트랙 기조를 강조한 바 있으나 업계에서는 믿음의 힘이 많이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2.0을 오픈소스로 풀며 소버린 AI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공개된 모델은 115억 파라미터의 ’베이스’와 23억 파라미터의 ’미니’ 두 종류다. 그리고 ’믿음’은 이름처럼 ’신뢰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기업 고객의 불안 요소인 ’환각’ 현상을 줄이는 ’신뢰 패키지’ 기술(도큐먼트 AI, 서치 AI, 팩트가드 AI)이 대표적이다. 특히 ’믿음 2.0’은 저작권 이슈가 없는 문학, 법률, 특허 등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로 학습하고, KT만의 ’AI 영향 평가 체계’를 적용해 윤리성을 확보한 ’한국적 AI’ 철학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국산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의 협력으로 칩 최적화까지 마친 ’믿음 2.0’은 KT가 구축하려는 B2B 철옹성을 더욱 견고히 할 무기다. 이미 AICC(AI 컨택센터)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2025년 AI 매출 1조 원이라는 구체적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집중을 바탕으로 KT는 3사 중 가장 공격적인 단기 수익 목표를 제시했다. 이미 자사 고객센터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기술력을 증명한 AICC(AI 컨택센터)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2025년까지 AI 관련 사업에서 1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는 ’돈 버는 AI’를 가장 먼저, 가장 확실하게 실현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사진=갈무리
LGU+ ’고객 가치’ 뚝심, 경쟁사의 격전 속 마이웨이
SKT와 KT가 생태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LG유플러스는 ’고객 가치’라는 뚝심을 지키며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모든 전략이 ’고객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가장 실용적이고 인내심 있는 노선을 추구하는 셈이다.
LLM 전략 역시 그룹사의 후광을 업은 ’영리한 이중 구조’가 핵심이다.
먼저 통신 데이터에 특화된 소형언어모델(sLLM) ’익시젠(ixi-GEN)’은 자체 개발했지만, 그 근간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LG AI 연구원의 세계적 LLM ’엑사원(EXAONE)’을 활용한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구조적 강점’으로 프론티어급 LLM 개발에 따르는 천문학적 비용과 위험을 피하면서 그룹의 최첨단 R&D 역량을 온전히 누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엑사원’은 개발 초기부터 저작권 이슈가 없는 ’클린 데이터’로 학습해, 향후 기업 고객에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원천 차단한 것도 중요한 경쟁력이다. 탁월한 기술력으로 정평이 났기에 LG유플러스 AI 전략에 더욱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생태계 역시 LG그룹 내 계열사(LG AI 연구원, LG CNS)와의 강력한 내부 시너지를 초석으로 삼는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클라우드 최강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도 포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는 KT-MS 연합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구도를 형성하며 기술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SK가 AWS와 데이터센터 협력에 나서는 장면을 고려하면 더욱 이색적인 협력 전선이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수익화 전략 또한 단기 매출보다 B2C 서비스 ’익시오(ixi-O)’의 성공을 통한 장기 가치 창출에 무게를 둔다. AI가 통화를 대신 받거나, 인터넷 연결 없이 보이스피싱을 탐지하는 등 당장 돈이 되진 않더라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를 먼저 제공하겠다는 뚝심 있는 접근이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매년 4~5천억 원의 꾸준한 투자를 약속하며 긴 호흡의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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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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