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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폰을 희생해 퀸을 지킨다" 배민 1만원 카드, 전쟁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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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s.  [IT큐레이션] "폰을 희생해 퀸을 지킨다" 배민 1만원 카드, 전쟁은 지금부터

배달의민족(배민)이 19일 ’1만원 이하 주문 중개료 0원’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1인 가구 시대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수수료 상한제’라는 규제의 칼날을 피하고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려는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평가다. 나아가 이번 합의로 배달의민족은 자사를 조여오는 급한 불은 껐지만 이는 배달 생태계를 둘러싼 플랫폼, 점주, 정부 간의 복잡한 수 싸움의 끝이 아닌 새로운 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상생의 막전막후

우아한형제들과 소상공인 단체가 발표한 합의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1만원 이하 주문의 중개 이용료를 전액 면제하고, 1만5000원 이하 주문까지 배달비를 차등 지원해 점주의 실질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프랜차이즈 본사 쿠폰 중 점주가 부담한 비용에 대해서도 중개이용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업주들의 숨은 비용 부담까지 덜어주며 플랫폼 충성도를 높이려는 세심한 전략이다. 이 외에도 입점업주 전담 상담센터 구축과 라이더-업주 간 직접 소통 시스템 마련 등 운영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3년간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계획이다.

이 조치가 겨냥한 노림수는 표면적으로 볼 때 ’트렌드의 반영’이다. 구체적으로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하며 배달 시장의 주류가 된 소액 주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까지 9000원짜리 떡볶이를 하나 팔면, 중개료와 배달비를 합쳐 40%에 육박하는 3~4000원을 플랫폼에 내야 했던 것은 점주들이 가장 고통을 호소하던 지점이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소액 주문도 증가하고 있으나 막대한 수수료가 점주들을 압박한다는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덩달아 배달앱 전반에 대한 사회적 분노도 커지고 있었다.

배민은 바로 이 지점에 선제적으로 가장 아픈 부위를 스스로 도려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 역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액주문 지원은 업주에게 주문수 확대와 부담 완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정책의 명분을 강조했다.

다만 이번 합의를 명홛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수료 갈등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실 1인 가구로 인한 트렌드 변화는 핵심이 아니다. 배민이 내린 핵심적 결단의 결은 오래된 수수료 갈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돌려 배달앱 시장의 격변으로 기록된 ’무료 배달’ 프레임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쿠팡이츠가 촉발한 ’무료 배달’ 전쟁은 시장 전체를 바꾼 대격변이나 마찬가지였다. 막강한 ’와우 멤버십’을 기반으로 한 쿠팡이츠의 공세에 맞서 배민 역시 ’배민클럽’을 출시, 미친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회비용이다. 소비자에게는 ’공짜’로 보이는 이 혜택의 비용은 누군가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플랫폼들은 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점주들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와 배달비에 눈을 돌렸다. 배민이 ’배민1플러스’의 중개 이용료를 경쟁사와 같은 수준으로 올리고, 무료였던 포장 주문에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소비자 무료 배달’이라는 치킨게임의 비용이 점주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이는 "플랫폼이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사회적 불만과 정치적 개입을 불러오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결국 점주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하자 정치권이 움직였다. 특히 거대 야당(당시 민주당)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처럼 법으로 배달앱 수수료의 상한을 정해야 한다는 ’수수료 상한제’가 강력하게 추진됐기 때문다.

심지어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 배달앱의 망령까지 고개를 들었다. 이는 당연히 배달앱들에게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규제 카드였다.

배민의 이번 조치가 그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나온 ’신의 한 수’에 가깝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료 배달 전쟁에서 촉발된 기회비용의 문제, 이로 인한 반작용인 수수료 상한제 논의가 정권 교체와 함께 탄력을 받자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체스판에서 가장 위협받는 ’폰(Pawn)’을 희생해 ’퀸(Queen)’을 지키는 전술이다.

영악한 판단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하고 비판 여론이 거셌던 ’소액 주문’ 영역의 수수료를 통째로 포기하는 대신,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만5000원 이상 핵심 수익 구간의 수수료 체계는 온전히 지켜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가장 취약한 점주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시장 전체를 왜곡할 수 있는 일률적인 법적 규제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할 강력한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사진=배달의민족

’찻잔 속 태풍’인가, 시장의 변곡점인가

배민의 전략적 행보에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먼저 분식, 디저트 등 저가 메뉴 중심의 소상공인들에게는 이번 조치가 가뭄의 단비와 같다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평균 주문금액이 2~3만원대인 치킨, 피자, 족발 등 대다수 외식업 점주들은 "핵심인 9.8%의 기본 수수료율은 그대로인데, 이는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이다.

오히려 이번 조치가 시장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점주들이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 메뉴 가격을 9900원에 맞추는 ’가격 공학’에 나서면서,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나 품질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분명한 것은 이번 합의가 일시적인 갈등 봉합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플랫폼의 생존을 위한 ’경쟁’, 점주의 생존을 위한 ’수익’, 그리고 정부의 ’규제’라는 불안정한 삼각 딜레마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배민의 승부수에 이제 시장의 공이 쿠팡이츠를 비롯한 다른 경쟁사들에게로 넘어갔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조치가 업계 전반의 자율 규제와 상생 모델 확산이라는 긍정적 변곡점이 될지, 아니면 더 정교하고 복잡한 수 싸움의 서막이 될지 시장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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