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②미래 내다본 한 수… SK하이닉스 HBM 경쟁력 비결은
2022년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반도체 시장은 AI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AI 메모리는 HBM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챗GPT를 비롯한 초거대 AI 개발 경쟁과 함께 초고성능 컴퓨팅이 필수 요건으로 떠오르면서 고용량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HBM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정보통신(IT) 시장조사기관 욜 그룹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50% 성장한 141억달러(19조원)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약 40% 성장한 199억달러(27조원), 5년 후인 2029년에는 377억달러(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기준 HBM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선도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2009년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 개발에 착수해 2013년 세계 최초로 세대 HBM을 출시했다.
당시엔 HBM이 널리 쓰일 만큼 고성능 컴퓨팅 시장이 무르익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SK하이닉스는 오히려 후속 개발에 매진하며 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로 혁신을 거치는 동안 선도기업의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HBM2E부터는 열 방출과 생산성이 높은 MR-MUF 기술을 적용해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후 얇은 칩 적층, 열 방출, 생산성이 모두 탁월한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개발해 HBM3와 HBM3E에 적용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HBM3 12단(24GB)을, 올해 HBM3E 12단(36GB) 양산까지 성공하며 업계 최고 성능이란 신기록을 잇달아 달성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발주자들의 HBM3E 시장 침투가 예상과 달리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HBM 시장 선두업체로서 SK하이닉스의 경쟁우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AI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차세대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가 이곳에서 집중 생산될 계획이다. 같은 달 TSMC와의 기술 협약 또한 체결했다.
SK하이닉스 (KS:000660) 관계자는 "고객·파운드리·메모리 간 3자 협업 체계를 구축,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넘어서고 AI 시장에서 우위를 가져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다음 세대 제품 출시를 앞당겨 시장 우위를 지속할 방침이다. 6세대 HBM인 HBM4의 양산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내년에 시작할 계획이다. HBM4는 12, 16단으로 공급되며 용량은 최대 48GB까지,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1.65TB 이상으로 성능이 발전한다.
이강욱 SK하이닉스 패키징(PKG) 개발 담당 부사장은 "HBM4 12단 제품에도 어드밴스드 MR-MUF를 적용해 양산할 계획"이라며 "16단 제품을 위해 어드밴스드 MR-MUF와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 모두에 대한 준비를 하고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최적의 방식을 선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HBM4 및 이후 세대 제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고 대역폭, 용량,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의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2.5D 및 3D SiP 패키징 등을 포함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HBM4E(7세대) 부터는 커스텀(맞춤형) 성격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돼 다양한 고객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생태계 구축 관점에서도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