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도 초고령화 역습…성북∙서대문 노인 비율 20% 첫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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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지하철 우이신설선 정릉역∙북한산보국문역∙성신여대입구역 주변의 풍경 셋.
1. 지하철역
오후 4시 50분 정릉역의 개표구에 한 노인이 기대어 서있다. 나이는 70세가 넘어 보인다. 한참을 서 있던 ㄱ씨는 에어컨의 전기세 걱정이 앞서 곧장 역에 왔지만 지하 1층 주변은 앉아서 쉴 데가 안 보여 서 있는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4시 50분 정릉역 개표구에 한 노인이 기대어 서있다.
2. 하천
오후 5시 30분 북한산보국문역 근처 정릉천의 교량 위에는 플라스틱 의자들이 놓여있다. 의자에는 노인들이 앉아있다. 골짜기 일대에는 가게들과 주택가가 있는데 주택들이 들어선 시점은 한국전쟁 직후부터다. 한 토박이 노인은 이 동네에 노인이 많은 이유에 대해 “자고 나면 피란민, 특히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골짜기에 판잣집을 짓곤 했다”며 “엄청 새까맣게 몰려들었다”고 설명했다.
23일 오후 5시 30분 정릉천의 교량 위에 있는 의자에 노인들이 앉아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3. 정형외과
오후 6시 20분 성신여대입구역 인근 정형외과에 3명의 70대 노인이 대기하고 있다. 이 병원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60대 이상이라고 한다. 김모(72)씨는 주 2~3회 온다. 이날은 무릎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 그는 “요즘 보험(건강보험) 처리되니까 (부담이 적어) 하루는 어깨, 하루는 무릎 물리치료를 받는다”며 “치료가 끝나면 약국 가서 비타민 하나 먹으면서 시간을 때운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6시 20분 한 정형외과에 노인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같은 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성북구는 서울 25개구 중 11번째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0%이상이 됐다. 지난달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는 20.1%다. 20%가 넘으면 국제연합(UN)에서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3월에는 서대문구도 20%이상을 기록해 자치구 중 절반(12개구)이 늙은 도시가 됐다. 올해 1월까지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자치구가 종로구와 중구∙동대문구∙중랑구∙강북구∙도봉구∙노원구∙은평구∙구로구∙금천구 등 10개구였다.
노인비율 가장 높은 데는 강북구…전북 완주군 다음으로 높아
초고령화는 앞서 2021년 처음 서울(강북구)로 진격했다. 매달 고령화율이 0.1~0.2% 포인트(p) 올라 지난달 기준으로 강북구의 고령화율은 25.6%를 기록, 전북 완주군(25.8%)의 뒤를 이었다. 강북구에 이어 높은 고령화율을 보인 서울 자치구는 도봉구(25.0%)와 중랑구(22.5%), 중구(22.3%), 종로∙은평구(21.7%), 구로구(21.6%) 등이다. 매월 오르는 비율을 고려하면 강서구(19.8%)∙동작구(19.7%)∙용산구(19.3%)∙양천구(19.1%)∙성동구(19.0%)도 곧 ‘20% 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다.
초고령화는 일반적으로 군→시→광역시→특별시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안정된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이 떠나고 있는 제주시(17.8%)와 비교해도 서울 자치구 중 이보다 고령화율이 낮은 곳은 강남(16.7%)∙마포(16.8%)∙서초(17.0%) 뿐이다.
노인인구 증가속도와 총인구증가속도를 비교하기 위해 2023년 국토연구원이 노인인구 증가배율을 총인구 증가배율로 나눈 결과도 눈길을 끈다. 전국 229개 시∙군∙구 중 227곳에서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속도가 총인구증가속도보다 빨랐는데 상위 10곳엔 서울 금천·구로구(3.9) 등이 속했다. 초고령화의 심각성이 농∙산∙어촌지역이나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일부 지역뿐 아니라 서울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청년 일자리가 집중된 서울의 절반은 왜 초고령화 사회가 됐을까. 비싼 서울 집값을 장벽으로 느끼는 30대 주택 수요자들이 인천과 화성, 안양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을 실거주 대안으로 택한 영향이 크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이 낸 보고서를 보면 이 연령대의 한국인이 인천 서구에서 집을 사들인 건수는 수도권 자치구 중 가장 많다(4월 기준). 경기도에선 동탄 신도시가 속한 화성시가 가장 많고 서울 지하철 4호선 정차역이 있는 안양시 동안구는 서울과 가까운 소형 아파트 수요가 많았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서울이 비싼 집값에 진입 장벽이 높아져 젊은 층이 이들 지역을 대안으로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국공립 유치원 확충 관련 집회에서 학부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성∙세종∙대전 유성구∙인천 유성구, 노인비율 ‘전국 최저’ 수준
이들 지역 중 화성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고령화율(11.2%)을 기록했다. 인천 서구(13.7%)도 젊은 공무원이 밀집한 세종시(11.8%)와 현대차 (KS:005380) 공장이 위치한 울산 북구(12.2%), 대덕연구단지가 속한 대전 유성구(12.7%) 등에 이어 전국 최저 수준이다. 반면 서울은 많은 노인들이 과거 서울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했을 때부터 서울에 정착해 있다. 그러면서 정부에 따르면 서울의 2030년 노령화지수(0~14세 유소년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수)는 358.4로 전국 17개 시∙도 중 상위권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서울연구원에 의하면 서울은 전국에서 요양원과 병의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반면 비싼 집값 탓에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아이 수)은 0.59명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낮다.
우해봉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고령화를 다른 말로 하면 생산연령인구가 상대적으로 빨리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라며 “국가별로 봐도 외국은 생산연령인구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데 한국은 노인 인구의 절대적인 숫자가 커지는 동안 출산율은 급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만성 질환과 감염병 등 보건 분야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노인 빈곤율(OECD 1위)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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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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