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현대차증권의 대형 사고, 누구 입에서 출발했나

[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현대차증권이 한미반도체 리포트를 내며 지목한 H사 이슈가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H사가 SK하이닉스의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증권사 리포트에 고스란히 실렸는데, 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 문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업계의 과한 경쟁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고 있다. 경쟁사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근거 없는 입소문이 시작됐다는 시선이다.

지난 16일 한 언론사는 한화정밀기계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용 TC본더 퀄테스트(품질 인증)에서 탈락한 걸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올 상반기 한화정밀기계가 장비 1대를 SK하이닉스에 납품한 뒤 퀄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평가 기준에 미달된다는 내용이다.

이 이슈는 증권사 리포트로도 옮겨졌다. 현대차증권이 한미반도체에 대한 매수 리포트를 내면서 위 언론사의 기사를 그대로 인용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기사를 확인한 사실로 적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공급한 다변화 전략 차원에서 H사의 TC 본더 퀄테스트를 진행해왔으나, 실제 평가기준 미달로 인해 탈락되었음을 확인했다”고 적시했다.

한화정밀 기계 반박 자료(공지글)

하지만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게 한화정밀기계 측 주장이다. 한화정밀기계는 홈페이지를 통해 “SK하이닉스에 테스트용 장비를 납품해 검증이 진행 중”이라며 “보도된 내용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입장 발표에도 불구, 한화정밀기계 측에 가해진 비우호적 영향력은 상당했다. 한화정밀기계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주가는 퀄테스트 탈락 기사에 10%대 하락했고, 현대차증권의 리포트 발간에 6%대 약세를 보였다. 한화정밀기계 측의 반박이 나왔음에도 주가의 회복세는 요원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슈가 업계의 과도한 경쟁에서 비롯된 거라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 HBM 제조용 TC 본더를 납품한 업체는 한미반도체 한 곳뿐이었다”며 “SK하이닉스가 이러한 구도를 깨고 고객사 다변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기존의 독점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일부 세력에 의해 이번 잡음이 시작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증권가에서 특정 업체로부터 한화정밀기계의 퀄테스트 불합격 얘기를 들은 사례가 많다”며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내용이 퍼져 있었으며, 되레 기관투자자들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가 이번 한화정밀기계 탈락설을 퍼뜨린 거란 건 여의도에 다 퍼져있다”며 “그 업체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IR을 진행하는 곳으로도 이미 정평이 나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나치게 다른 업체를 견제하려는 그릇된 행태에서 이번 사태가 벌어진 거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서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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