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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태원號 SK가 생각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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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s.  [기자수첩] 최태원號 SK가 생각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란

SK엔무브 서린빌딩(사진=인포스탁데일리DB)

[인포스탁데일리=김근화 기자] 바쁜 현대인은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긴급성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긴급하면서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하고,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계획을 세우고 처리하고,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은 일을 축소하거나 위임하고,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은 과감하게 삭제함으로써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곤 한다. 이는 기업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017670)에서 유심 해킹 사건이 일어나면서 전국이 떠들썩하다. 그 과정에서의 회사의 늦장 대응, 위약금 지급과 관련한 애매한 반응 등을 보고 있으면 영락없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꼴이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SK텔레콤이 국내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에 비용을 오히려 줄여왔던 것이 드러났는데 이는 SK의 우선순위에 고객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격 아닐까.

SK텔레콤이 개인정보 보호 비용을 왜 줄였을까? 최태원 회장이 입이 닳도록 말하고 또 말하는 AI 사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농후에 보인다. SK텔레콤 뉴스룸에 들어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쭉 한번 훑어보면 제목에 AI가 없는 자료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실제 최근 최태원 회장은 국내외 굵직한 행사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와 곽노정 SK하이닉스 (KS:000660) 대표이사를 대동하고 다니면서 그룹 차원에서 AI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강조해왔다.

앞서 SK그룹은 재무건전성 강화 등을 이유로 대대적인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10여년간 계열사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왔고,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이 지속되자 수익성, 성장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를 급하게 정리하고 나섰다. SK그룹은 반도체, 배터리, AI 등을 중심으로 그룹 재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꾸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SK그룹에게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신사업에서의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SK그룹이 AI 반도체 선제적 투자로 인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만큼, 신사업으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익 구조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전략 자체는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일이 리밸런싱에 밀려 중요하지 않은 일, 또는 긴급하지 않은 일로 치부되는 것은 아닐까.

이번 유심 해킹 사건만 해도 국민 절반 이상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통신 회사에게 있어서 개인정보 보안만큼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 어디 있을까. AI, 배터리 등 신사업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룹 전체가 리밸런싱에 너무 매몰돼 정작 중요한 것은 도외시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이 계열사 합병 및 상장 등을 추진할 때마다 손자회사인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나오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배터리 사업을 지지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는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로 다뤄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SK그룹에게는 여유가 너무 없다. 지금 당장의 위기 해결에 급급해 미래의 빚을 자꾸 끌어다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이 잠시 숨을 돌리고 리밸런싱의 방향성에 대해 재정립할 시점이다. 현재 SK그룹에게 필요한 구절이라 판단돼 최근 출간된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의 내용을 인용해본다.

"결핍으로 인한 터널링(긴급한 일에 매몰돼 중요한 것을 놓치는 현상)에 빠졌을 때는 나쁜행동에 대한 경계를 설정해놓고, 좋은 행동은 자동구독 서비스처럼 가끔씩 재평가만 할 수 있게끔 해놔야 한다."

김근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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