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베이지북:미국 경제 소폭 성장…관세·정책 불확실성 우려 커져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가 1월 중순 이후 소폭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고용은 완만하게 증가했고, 물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기업과 가계는 경기 전망에 대해 대체로 낙관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 성장과 물가, 노동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연준은 지적했다.

베이지북, 정책 불확실성 확대 경고

베이지북은 연준의 정책 회의 2주 전에 발표되는 경제 동향 보고서로,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기업, 은행, 서비스업, 농업 등의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공식 통계보다는 현장의 경제 활동 동향을 반영한 정성적 분석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보고서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수입 관세 인상과 이민 제한 정책이 기업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음을 반영했다. 연준은 "6개 지역에서는 경제 활동이 정체되었고, 4개 지역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으며, 2개 지역에서는 소폭 위축됐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경제 전망은 낙관적이지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보고서에서도 관련 표현이 크게 증가했다. ‘불확실성(uncertainty)’은 47회 언급되며, 1월 보고서(17회)보다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관세(tariffs)’ 역시 49회 등장하며, 1월(23회)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무역 정책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행정부, 예정된 관세 강행…기업 불안 확대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0%로 인상하는 조치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달간 유예가 끝난 후 조정 없이 강행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폭락하고, 채권 금리는 급등하는 등 시장 충격이 컸다.

백악관은 다음날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을 받는 자동차에 대해 한 달간 관세를 유예하겠다고 발표하며 시장 진정을 시도했지만, 월가는 인플레이션 자극과 소비 지출 감소로 경기 둔화가 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기업 투자 보류, 소비 둔화 신호

베이지북도 정책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규 프로젝트를 연기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소비 심리 둔화도 나타났다. 클리블랜드 연준은 소비 지출 감소를 지적하며, 이는 전국적인 소비 심리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애틀랜타 연준도 "중저가 외식업체에서 고객들이 전채요리와 디저트를 생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준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졌으며, 관세가 향후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일부 연준 지역에서는 경제 전망을 기존 ‘다소 낙관적’에서 ‘중립적’으로 조정했다

연준 금리 정책: 시장은 ‘동결’ 가능성 높게 봐

연준 인사들은 최근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관세 조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시장 역시 이와 같은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와치툴에 따르면, 3월 연준 정책회의(3월 18~19일)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은 93%로, 한 달 전(83%)보다 크게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