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재단 사기의혹, 1년 6개월째 수사…"국제적 사법공조 필요"

2024년 6월 고소장 접수 후, 총 5차례 조사 진행
안병익 대표 "재단 탈취 당해" vs 재단측 "사실무근"
검찰이 암호화폐 발행조직 ‘팬텀(Fantom)’ 재단을 둘러싼 사기 혐의 사건을 1년6개월째 수사 중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이상혁)는 지난해 6월 고소장을 접수한 뒤 고소인인 A사 안병익 대표를 2차례, 고소인측 참고인으로 팬텀 재단 전 직원을 3차례 조사했다.
재단 대표 R씨와 CEO M씨는 바하마 등 해외에 머물고 있어 이들의 변호인이 두 차례 대리조사를 받고, 수차례에 걸쳐 검찰의 질의사항에 대한 답변하며 증거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푸드테크협회 협회장을 맡고 푸드테크 기업 A사를 운영하던 안 대표는 자사뿐만 아니라 푸드테크, 통신, 금융, 물류, 전기차 등 각 산업분야에서 결제 등 거래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암호화폐를 기획했다. 국내의 암호화폐 ICO 금지로 인해 발행은 해외에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호주의 DCH, 바하마의 TCM 등 해외 가상화폐 자산운용업체(“호주팀”) 및 국내 가상화폐 자문회사인 SLBP가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안 대표 및 식신은 기술 개발 등을, 호주팀은 재단 설립 및 펀드레이징 및 ICO 자문 등을, S업체는 해외거래소 상장(섭외) 및 펀드레이징, 국내외 전략적 파트너쉽 체결 및 제휴, 팬텀코인의 유통 및 홍보 업무 등을 맡았다.
그러나 호주자문팀은 케이먼제도에 설립된 팬텀 재단의 설립자로 TCM 이사인 R씨를 등재하고 R씨에게 재단 운영의 전권을 부여했다. 팬텀 재단은 ICO 당시 법률상 설립자를 R씨로 등재한 것과 달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안병익 대표를 ‘Founder(설립자)’로 소개했다.
안 대표는 “TCM 측이 재단 설립자인 자신을 속이고 R씨를 설립자로 등재해 사실상 재단을 탈취하고 ICO를 통해 거액의 이득을 챙겼다”며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또 “재단운영에서 배제된 걸 항의하자 재단을 장악한 호주자문팀이 이사회에서 축출했다”고 주장했다.
팬텀 재단을 대리하고 있는 로제타 법률사무소는 “재단의 일반 경영은 당초 안 대표 및 R씨, S업체측이 공동으로 맡았다”며 “이후 S업체는 비위행위로 해임됐고 안 대표는 기여도 부족을 이유로 R씨 및 안 대표가 이후 새로 선임한 이사들에 의해 해임됐다”고 설명했다.
또 “팬텀 재단의 법적 설립자라는 개념은 케이만제도상 재단을 설립한 자를 일컫는 명칭”이라며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설립자’의 개념과 전혀 상이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 대표의 주장은 용역비 청구 소송에서도 개진했던 건데 전혀 받아 들여지지 않고 청구 전부가 기각됐다”고 반박했다.
재단 대표 R씨와 CEO M씨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조사에 직접 출석하지는 않고 변호인을 통해 조사에 임해왔다.
일각에선 이들이 검찰 조사를 피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있었던 소닉 코인 단독 밋업 행사에 재단 CEO M씨가 당초 방한키로 했지만 오지 않았고 9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행사에선 발표자로 소개됐던 재단 CEO M씨가 행사 전 다른 직원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소닉코인은 팬텀 코인의 리브랜딩 코인이다. 팬텀재단은 외부 투자를 받아 소닉 재단을 설립하고 팬텀 코인과 소닉 코인을 1대 1로 교환했다. 이달 3일 기준 소닉 코인의 발행 총수는 32억2262만5000개며 시가총액은 4313억원이다.
팬텀 재단 측은 변호인이 대리조사를 받았음에도 ‘사실 무근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10~2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와서 조사를 받아야 하냐’는 입장을 전했다.
또 “법인 설립 당시 안 대표에게 R씨가 팬텀 재단의 법적 설립자로 등재된다는 내용을 거듭 전달했고 당시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채 이런 설립구조를 전제로 본인이 이사로 임명되는 데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서명을 했다”며 “팬텀 재단이 설립된 지 6년이 지난 시점에 비로소 본인이 아닌 제3자가 법적 설립자로 등재됐다고 다투는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팬텀재단 CEO M씨는 재단 설립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2019년 1월경 안 대표가 팬텀 재단의 이사회에서 M씨를 이사로 선임하기 전까지는 팬텀 재단의 임원 지위에 있지도 않았다”며 “안 대표가 M씨를 피고소인으로 삼은 것은 M씨가 현재 임원의 지위에 있다는 사실 하나뿐”이라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다른 사람을 설립자로 등록하는 것에 사인을 해줄 이유가 없다”며 “당시 사인을 해준 것은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는 것이었지, R씨를 설립자로 등재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또 “법인을 설립해 달라고 믿고 맡겼는데, 다른 사람을 설립자로 해서 설립한 것은 ICO 당시 수많은 투자자들을 속인 위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설립 이후 비박스, 바이낸스 등 거래소에 상장할 때 안 대표를 파운더라고 속여서 상장시킨 점도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번 건과 관련해 이미 한 차례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안 대표는 2019년 제기한 용역비 청구소송에서 “팬텀 재단 설립자이자 프리씨드 투자자로서 최초 발행 코인의 10%(3억1750만개)를 받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1억1906만2500개만 지급받았다”며 나머지 코인의 지급을 요구했다.
1심 법원은 안 대표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는 결론이 뒤집혔다. 서울고법은 지난 6월 “안 대표가 계약상 맡았던 핵심 기술 용역(백서·기술 알고리즘 설계 등)을 완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단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술백서가 부실했고 재단이 별도 개발팀을 꾸려 메인넷을 완성한 점 등을 볼 때 용역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추가 코인 지급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판결은 ‘지분 분배 약정이나 설립자 지위’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2심 법원은 안 대표와 재단 간 맺은 ‘자문용역계약’에 대한 용역비 지급 청구권의 존재여부를 다뤘다. 안 대표 측은 재판 말미에 지분분배약정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대표는 “설립자 지위나 지분 약정 관련 소송은 재단 소재지인 케이맨제도에서 해야 했다”며 “재단 요청으로 체결했던 자문용역계약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가능한 용역비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텀 재단 측은 이에 대해 “재단이 설립된 지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안 대표는 케이만제도에서 팬텀 재단을 상대로 어떠한 소를 제기한 바가 없다”며 “용역비 청구소송의 판결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확정된 후 안 대표 및 식신 등을 상대로 금전 지급을 구하는 소송들을 제기하자 안 대표는 고소를 취하할 테니 이들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팬텀 재단 등에게 요청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암호화폐 전문가인 윤석빈 서강대 AI SW대학원 특임교수는 “그동안 국내 피해자에 대한 해외 암호화폐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이나 검찰의 조사가 소극적이었다”며 “암호화폐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고 사기 범죄가 국경을 넘어 이뤄지는 만큼 국제적인 사법공조를 통한 적극적인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선 ICO가 금지돼 해외에서 우회적으로 추진하면서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국내 ICO 허용의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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